한국만 고용보험료 인상… 유리지갑 직장인 ‘내가 봉인가’

고용부 “해외 사례 파악 안돼”
문 정부 출범 뒤 적립금 적자로
‘기금 운용 실패 원인’ 지적 많아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고용보험위원회가 의결한 ‘고용보험기금 재정건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의결로 내년 7월부터 직장인 고용보험료율이 1.6%에서 1.8%로 올라 월 3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은 연 3만6000원의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연합뉴스

지난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한 이후 실업급여 재정 악화로 직장인 고용보험료 인상을 결정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유리 지갑인 직장인들은 물론 고용보험료 인상분 절반을 나눠 내야 하는 사업주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은 1일 “해외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이후 고용보험료 등을 인상한 사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다만 국가별로 실업급여 재정 여력이 다르고 고용보험 지출 구조·수준이 제각각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고용보험기금 재정 압박이 큰 상황이므로 0.2% 포인트 보험료율 인상 결정이 불가피했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겪는 가운데 한국만 유일하게 고용보험료율을 인상키로 한 것은 ‘고용보험기금 운용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때만 하더라도 10조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2018년부터 실업급여 지출이 늘어나 적자로 돌아섰고, 2019년에는 적자 규모가 2조원 넘게 불어났다. 보험료율이 0.3% 포인트 인상된 시점도 이때다.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시행한 ‘실업급여 보장성 강화’는 오히려 고용보험기금 재정 악화를 부추겼다. 정부의 부실한 기금 운용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막대한 세금을 들인 ‘공공일자리’ 정책이 고용보험기금의 재정건전성을 뒤흔들었다. 계약 기간이 6개월에서 1년 미만인 단기 일자리를 사방에 풀어 놓고 실업급여 수급자만 대폭 늘렸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예술인과 특수고용직 노동자, 자영업자까지 아우르는 전 국민 고용보험을 추진하면서 재정 부담이 더 늘어날 거란 우려도 적지 않다. 실업급여 지급 계정이 일반 근로자와 같다는 점에서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노동 전문가들은 정부가 고용보험료율 인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감대 형성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정부가 그간의 성과만으로 고용보험료율 인상 당위성을 앞세우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기금 운용의 미진한 부분, 노사와 전문가가 제기한 문제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국민 동의를 얻는 노력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노사 합의를 전제로 고용보험료율 인상을 정했다는 입장이지만 다수의 직장인과 영세 사업주들은 상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에서 IT 중소기업에 다니는 한아름(36·여)씨는 “월 몇 천원 수준이라고 보면 큰돈이 아니지만 코로나19로 여기저기 세금 오르는 소리가 들려오니 직장인들 한숨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가 걷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인상 소식은 큰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중소기업계도 반발하고 나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정부의 고용보험료율 인상 결정에 대해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일하는 대다수 사업주와 노동자들은 더 많은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며 “고용보험 재정 악화는 코로나19 위기 탓도 있지만 넉넉지 않은 재정 현실을 외면한 채 실업급여 혜택을 높이고 수급요건을 완화한 데 기인한 바가 크다”고 비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

고용보험료 0.2%P 인상… 월급 300만원, 3000원 더 낸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