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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어느 경제에 속하느냐는 질문

강준구 경제부 차장


우리의 코로나 경제는 성공했을까. 2분기 경제성장률이 0.8%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한국은 코로나 사태 이후 선진국 중 가장 빠른 경제 회복 속도를 보이고 있다”며 반색했다. 정부의 이런 평가는 우리에게 ‘어떤 경제에 발을 딛고 있는지’를 묻는다. 사회 한편엔 볕이 선한데 반대편 저수지엔 살금살금 살얼음 위를 걷는 사람들이 있는 코로나 경제에 대한 질문이다.

코로나에도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고, 어쩌면 기회를 갖게 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상황을 경제1이라고 하자. 경제1의 직장은 코로나로 망가진 글로벌 공급체인망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욱 성장했다. 수출·기술기업, 금융권, 공직사회 등이 해당될 수 있다. 코로나 상황과 상관없이 월급이 제때 나오고, 인상된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산 가치는 넘치는 글로벌 유동성을 발판 삼아 치솟았다. 대출 상환 부담 없이 레버리지를 일으켜 공격적으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사람들. 재택근무에도 업무 문제가 없는 시스템을 갖춘 직장, 회식 없는 일상은 삶의 질까지 높여 주었다.

반면 직장인 밀집 거리에는 점심을 2부제로 운영하는 식당들이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사실상 저녁 장사를 접게 되자 점심을 50분쯤 단위로 끊어 손님을 받는다. 오전 11시 반부터 12시20분, 12시 반부터 1시 이후로 시간 제약을 둔다. 낮술을 할 경우엔 예외다. 이런 자영업자들이 경제1의 대척점인 경제3에 있다. 코로나로 생업 자체가 힘들어진 계층이다.

이 중엔 노래방이나 PC방처럼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도 있다. 식당 종업원이나 비정규직 노동자처럼 코로나 타격으로 인해 막다른 곳에 서 있는 이들도 있다. 있는 자산도 팔아야 하는 처지여서 자산 거품도 언감생심이다. 정부의 정책금융으로 연명하고 있는데, 지금 유예된 빚들은 훗날 더 가혹하게 돌아올 거다.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이들의 처지가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란 보장도 없다. 바뀐 사회 문화는 2년 전으로 쉽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이들의 빈자리는 자동화·기술·플랫폼이 채우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가장 원하지 않던 때에 바라지 않던 방식으로 찾아왔다.

한국형 피해자들도 있는데, 경제1에 가까우나 자산이 없는 사람들이다. 안정적인 수입은 있지만 한국 부동산값이 워낙 가파르게 오른 탓에 서울 등 수도권에서 집 한 채 사긴 어렵다. 이들이 선 자리는 경제2쯤 되겠다. 주로 상대적 박탈감과 ‘벼락 거지’ 두려움에 시달리는 중산층이다. 과거의 안정적인 성장 경로를 잘 따라왔었는데 갑자기 신세가 처량해졌다.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한 MZ세대도 금수저가 아닌 이상 대체로 경제2에 놓여 있을 것이다.

높아지는 물가도 어떤 경제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 처방이 다르다. 경제1은 인플레이션(경제 성장하에 물가 상승)을, 경제3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하에 물가 상승)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코로나로 이 같은 ‘한 지붕 두 경제’ 체제는 더욱 공고해지고, 격차를 벌리고 있다.

지금 경제가 좋다고 느끼는 사람은 경제1에 발을 딛고 있을 것이다. 올라가는 대출 금리에 숨이 막힌다면 경제2나 경제3에 서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경제2와 경제3을 우리는 통상 민생이라고 부른다. 우리 경제는 과연 좋아졌는가? 경제1을 보면 선방한 게 맞지만 민생을 보면 머리를 갸웃하게 된다. 정부는 경제1에 서서 경제1만 바라보고 말해선 안 된다. 자화자찬이 아닌 위로, 사과, 공감의 메시지가 필요하고 정책 능력을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 대선이 다가오며 경제가 좋아졌다는 말이 자꾸 나오는데 요즘처럼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없었던 것 같다.

강준구 경제부 차장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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