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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두테르테 vs 파키아오

천지우 논설위원


매니 파키아오(43)는 사상 최초로 8체급(플라이급~슈퍼웰터급)을 석권한 복싱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는 특히 6체급을 석권한 또 다른 복싱 전설 오스카 델 라 호야(48)를 2008년 때려눕히면서부터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고국 필리핀에서의 국민적 인기는 말할 것도 없다. 민다나오섬 빈민가에서 태어나 먹고살기 위해 링에 올랐던 그의 눈부신 성공담은 그를 유력 정치인으로 만들었다.

필리핀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76)와 파키아오는 서로 팬인 사이였다. 두테르테는 파키아오가 차기 대통령감이라고 자주 말했고, 파키아오는 두테르테의 문제 많은 정책들을 강력하게 지지해왔다. 둘 다 민다나오 출신이며, 엘리트 기득권층에 대해 반감이 큰 서민들을 지지 기반으로 삼는 것도 서로가 같다.

하지만 몇 달 전부터 둘 사이가 멀어졌다. 내년 5월 대선을 앞두고 파키아오가 반기를 든 것이다. 두테르테는 코로나 사태에 잘 대처하지 못해 여론이 나빠진 데다, 그가 벌인 ‘마약과의 전쟁’ 중 살인사건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조사도 앞두고 있다. 이처럼 두테르테가 흔들리자 파키아오가 홀로서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두 사람은 집권 여당 내에서 파워게임을 벌이고 있다. 두테르테 계파가 파키아오의 당대표직을 박탈하자 파키아오 계파가 당 의장직에서 두테르테를 몰아내는 식이다. 헌법상 재선이 불가능한 두테르테는 내년 부통령 선거에 나오기로 했다. 그를 대신할 대선 후보로는 그의 딸 사라 두테르테(43) 다바오시장이 유력하다. 내년 대선에서 두테르테와 파키아오의 간접 대결이 펼쳐질 수 있는 상황이다.

파키아오의 대권 가도가 순탄치는 않다. 최근 치른 2년 만의 복싱 복귀전에서 화려한 승리로 국민들의 이목을 확 끌어모은 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요량이었는데, 8살 어린 쿠바 선수에게 지고 말았다. 내년 초 재대결을 언급했지만 그때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그가 제일 잘하는 복싱에서 더 이상 보여줄 게 없다면 다른 무엇으로 민심을 얻을 수 있을까.

천지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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