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추모하는 일이
밥이나 먹고 헤어지는 것이라면 굳이
가고 싶지 않다
삼백예순날 먹는 밥보다
차라리 밥 한 끼 굶고 싶다
위장과 내장을 비운다는 것
밥 대신 슬픔을 채운다는 것
이슬 맺힌 풀잎 하나 드리우고
작은 창문 하나 달아주고 싶다
아직 해가 뜨고 있다고
아직 서러운 것이 있어
풀잎이 울고 있다고
먹고 싶지 않은데
이렇게들 모여 먹어야 한다는 것이
나에게 고통을 준다

- 정철훈 시집 ‘가만히 깨어나 혼자’ 중

장례식장에 모여 밥 먹고 헤어지는 방식의 추모에 대해 시인은 고통을 느낀다. ‘누군가를 추모하는 일이/ 밥이나 먹고 헤어지는 것이라면 굳이/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차라리 밥 한 끼 굶고 싶다’고 한다. ‘밥 대신 슬픔을 채운다는 것’이 추모에 더 가까운게 아니냐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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