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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파이브 아이스

김의구 논설위원


제2차 세계대전 와중인 1941년 2월 영국의 국가암호학교인 블레츨리파크에서 영국과 미국의 비밀 정보회의가 열렸다. 독일의 암호체계를 풀었던 앨런 튜링을 비롯한 암호해독 전문가들이 모여 독일과 일본의 암호를 포함한 극비 정보를 공유했다. 미국이 2차 대전에 참전하기 직전이었다.

양국은 46년 5월 정보교류 비밀협정인 ‘UKUSA’를 정식으로 맺었다. 2년 뒤 캐나다, 56년엔 호주와 뉴질랜드가 동참함으로써 미국과 영연방국가 사이 정보공유 시스템이 구축됐다. 이들 5개국의 정보 동맹은 ‘파이브 아이스’라 불린다. 미 문서관리 규정상 ‘5개국만 열람 가능(Five Eyes Only)’이라는 문구에서 따온 말이다.

파이브 아이스는 구소련과 동구권에 대한 정보 교류가 주목적이었다. 냉전이 심화하면서 미국 정부는 에셜론 시스템을 구축해 광범위한 정보 수집에 나섰다. 테러와의 전쟁을 계기로 감시 대상은 더 확장됐다. 전 세계 통신과 인터넷, 이메일까지 모니터링 한다.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은 국제 정보 수집의 실상을 폭로하면서 파이브 아이스를 ‘초국가 정보조직’이라고 불렀다. 각국의 현행법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는 조직이라는 의미다.

미 하원에서 한국을 파이브 아이스에 편입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원 군사위가 2022년도 국방수권법안을 처리하면서 한국에 이어 일본과 인도, 독일에까지 정보 공유의 문호를 넓히는 방안을 미 국가정보국(DNI)이 검토해 의회에 보고토록 했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가치를 공유하는 민주국가끼리 상호 신뢰를 확대하자는 취지다.

정보 수집 방식과 관련해 사생활 침해 논란을 빚고 있지만 파이브 아이스는 사상 최대의 정보 동맹이다. 정식으로 그 일원이 되는 건 큰 기회다. 정보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뿐 아니라 국제 위상도 높아진다. 북한 핵이나 미사일, 군사행동 대응에서 유용성도 클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의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체 국익을 고려해 결정할 일이다.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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