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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 북한의 끝없는 영변 되팔기

박원곤(이화여대 교수·북한학과)


2008년 6월 27일 북한은 미국 정부 관계자와 언론 등을 영변으로 불러 모아 5㎿ 원자로 냉각탑 폭파 장면을 보여줬다. 그러나 성 김 당시 미국 대표의 페라가모 구두를 비롯해 미국 측 참석자들의 서류와 가방 등에서 우라늄 흔적이 발견됐다. 북한이 핵물질 중 하나인 플루토늄을 포기하는 쇼를 하면서 또 다른 핵물질인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다는 증거가 역설적으로 확인되는 장면이다. 성 김은 지난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 자리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특별대표로 ‘깜짝’ 임명됐다.

‘같은 말(馬) 두 번 사지 않는다’는 미국 속담이 있다. 우리 속담으로는 ‘한 번 속지 두 번 속느냐’와 유사하다. 미국 외교가에서 이 속담을 적용하는 대표적 사례가 ‘영변’이다. 북·미는 1차 핵 위기 해결을 위해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체결하고 영변에 있는 ‘흑연감속 원자로 및 관련 시설을 동결하고, 궁극적으로 이를 해체’하기로 했다. 2차 핵 위기를 겪으면서 2005년 체결한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2007년 2·13 합의와 10·3 합의도 각각 ‘재처리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의 폐쇄’와 ‘5㎿ 원자로, 재처리시설, 연료봉공장의 불능화를 2007년 12월 31일까지 완료’하게 돼 있었다. 합의 불이행에 대한 책임 소재는 여전히 논란거리지만 ‘영변’이 그대로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영변을 무력화할 테니 민생과 관련한 다섯 종류의 제재를 완화해 달라”고 영변 카드를 또 꺼냈다. 그나마 구체적인 범위와 무력화 방법 등은 끝까지 밝히지 않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판을 깨고 나가자 마지못해 알렸다. 같은 말을 두 번 살 경우 정치적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음을 안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외에도 우라늄 농축시설 폐기를 요구했다.

영변 핵시설의 효용성은 논란거리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와 러시아 에너지·안보연구센터는 올 7월 발간한 공동 보고서에서 영변 핵시설이 폐기됐다면 북한의 무기 생산 역량이 80% 줄어들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2019년 발간된 한국국방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영변 핵시설은 우라늄 농축시설과 실험용 경수로를 제외하고는 30년 이상 오래된 시설이 대부분이며 방사성 오염물질로 오염돼 활용 가치가 높지 않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핵심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포기하더라도 기존에 생산해놓은 핵물질과 핵폭탄은 여전히 존재하고, 우라늄 농축시설을 통해 핵물질 추가 생산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최근 공개한 북핵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영변 5㎿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을 다시 가동한 징후가 있다. 2018년 12월부터 올 7월까지 북한은 이 시설을 이용하지 않았다. 북한 의도는 분명하다. 한·미 정보 당국은 영변 핵시설을 민감하게 관찰한다. 북한은 ‘보여주기’를 통해 미국이 말리지 않으면 핵무기 저장고는 계속해 늘어날 것이므로 ‘시간은 자기편’임을 강변한다. 더불어 기존 핵은 보유하면서 효용도가 떨어지는 영변 되팔기를 통해 핵보유국으로서 자리매김하려 한다.

다행히 미국은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있다. 2008년 북한의 사기극을 현장에서 본 성 김 대표는 영변 재가동 소식에 대해 전략적 무시로 대응 중이다. 문제는 문재인정부다. 한반도 비핵화, 아니 북한 비핵화를 위한 첫 단계는 과거 핵과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신고·검증해야 함에도 여전히 ‘영변’만을 외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안보의 최대 위협을 애써 무시하고, 미국만 직시하는 이상한 현상이 계속된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다.

박원곤(이화여대 교수·북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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