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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탄소 금식 5분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

예수는 공생애를 살기 전 광야에 나가 40일 금식 기도를 통해 당신이 지상에 온 소명을 재확인하고 대속의 일체 행사를 준비했다. 오늘날 기독교인들에게 금식은 세상에 속한 자신을 끊고 신과 오롯이 만나기 위한 방법이 됐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가 나왔다. 핵심 내용은 모든 기후변화의 속도와 영향이 2018년 ‘1.5도 특별보고서’에서 예측된 것보다 10년 이상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속도가 파국을 향해 더 가속화됐다는 뜻이다.

지금 인류와 지구 생태계에 필요한 것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삶이다. 개인의 삶은 사회와 분리될 수 없다. 탄소중립적 삶이 가능하려면 사회 체제를 탈탄소 체제로 전환해야 하며, 이 전환의 핵심으로 에너지원을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에서 물·바람·태양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과제가 꼽힌다. 세계 여러 국가들과 함께 우리나라도 ‘국가 2050 탄소중립 선언’이 나왔고 정책과 제도를 준비 중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지구촌 전체의 탄소 배출이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탄소 금식이다. 정책적으로는 에너지 수요를 조절하는 것이 되겠으나 더 본질적 의미에서 탄소 금식은 생존과 안전에 직결되지 않는 일체의 탄소 배출을 의식적으로 중단하는 행위다. 가장 먼저 모든 콘센트에서 플러그를 뽑아라. 지난 8월 20일, 제18회 에너지의 날 탄소 금식을 실천하는 시민들이 오후 1시간 에어컨 설정온도 2도 올리기와 저녁 9시부터 5분 동안 불을 끄는 실천을 일제히 펼쳤다. 이 탄소 금식으로 절약한 전력은 46만㎾h에 달한다. 성인 남성 3명의 무게에 해당하는 205㎏의 탄소 배출을 막았다. 적다! 그런데 단지 연간 1회 단 5분 동안, 매우 한정적인 숫자의 시민들이 참여한 캠페인이었다는 것을 상기하자. 만일 전 국민이 매일 5분 탄소 금식을 실천한다면 어떤 효과가 생길지 생각해 보라.

유난을 떠는 소수가 아니라 모두의 행동 양식이 된 매일의 짧은 탄소 금식은 사회 전체가 새로운 에너지 체제를 수용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이미 올여름 폭염 속에서 전력 부족에 대한 공공연한 경고에도 전력난 없이 성공적으로 보낸 기억이 있다.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영업 타격에도 개문냉방을 하지 않은 자영업자들, 폭염에도 에어컨 설정온도를 2도 이상 높여 적정온도 지키기 캠페인에 함께한 시민들의 참여가 올여름 전력난 회피의 주역이다. 성공의 경험이 더 큰 성공을 부른다. 에너지를 아껴 에너지 위기와 기후위기를 벗어나는 이런 시민사회의 경험이 더 축적돼야 우리는 1.5도 기후변화 목표를 지켜낼 수 있게 된다.

‘탄소 금식을 실천’하자. 내 주변과 사회를 향해 ‘에너지 사용 절제, 탄소 금식 동참’을 요청하자.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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