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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을새김] 오지 않는 ‘위드 코로나’ 시대

신창호 사회2부장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 벌써 1년하고도 절반이 훌쩍 넘었지만 팬데믹의 위력은 여전하다. 그래도 미국과 유럽은 전면 봉쇄 같은 극단적 정책을 벗어던지고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를 선언하고 있다. 이유는 빠른 백신 접종에 따른 70% 이상의 접종 완료율이다.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완전한 종식을 기대하지 않고 인식과 방역체계를 바꿔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추구하는 것이다. 봉쇄에 지친 국민의 일상과 침체에 빠진 경제를 회복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드는 엄청난 경제적 비용과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발상이다. 확진자 수를 억제하는 기존 정책보다 감염자의 치명률을 낮추는 방역·의료체계로의 전환이 더 현실적이라는 판단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여전히 위드 코로나란 말조차 하길 꺼리는 분위기다. 백신 1차 접종률이 58%를 넘어섰는데도 확진자가 일평균 1500명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지 않고 있다. 접종 완료자를 포함하지 않으면 오후 6시 이후 3명 이상은 식당에서 식사도 하지 못하고, 가족끼리 한 집에서 모이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한다. 음식점 등의 영업시간과 집합제한 인원은 며칠 전부터 일부 풀렸지만 말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 중계화면에 마스크를 다 벗은 채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을 보는 한국인들의 시선은 “저래도 되나” 하는 의구심이다. 우리보다 확진자가 많이 나오지만 영국 정부는 위드 코로나 선언을 철회하지 않는다. 우리보다 보건의료체계가 더 좋지도 않고 치명률로 따지면 ‘코로나 공포’가 우리보다 훨씬 더 커야 할 영국인데도 그들은 차츰 차츰 팬데믹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시도하고 있다.

왜 우리는 위드 코로나 시대로 나아가지 못할까.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확진자 억제에 성공한 ‘K방역’에 취해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선 백신 접종만이 감염을 막을 뿐만 아니라 치명률을 낮추는 유일한 무기인데 2차까지 접종 완료율이 35%도 안 되니 거리두기 단계를 낮출 수 없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오로지 공포만을 주입하는 코로나19 정책들이 아닐까 싶다. 충분히 치명률이 높지 않은데도 감염자가 많다는 이유로 무조건 식당 카페 등의 영업시간을 정부 잣대대로 제한하기만 하고, 운동시설은 수시로 문을 닫거나 샤워조차 못하게 한다. 마치 “확진되면 죽는 것”이라는 메시지만을 던지는 셈이다. 이러니 필부필부(匹夫匹婦)들은 쉽게 위드 코로나 시대를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공포에 질려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K방역을 내세울 때부터 “우리는 전면 봉쇄하지 않는다”고 자랑해 왔다. 그런데 ‘전면 봉쇄 정책까지 썼다가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려 위드 코로나 시대로 진입한 국가보다 우리가 잘한 게 뭐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대로라면 자영업자와 영세기업들은 벼랑 아래로 떨어질 상황에 처할 것이다. 산업구조가 열악한 지방 경제는 수도권보다 훨씬 더 쪼그라들 것이다. 중앙정부도 계속 재정을 퍼부어 사회적·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정책 수단을 써야만 한다.

지금의 K방역 정책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이유다. 확진자가 많아지면 식당 영업시간이나 줄이고 집단감염 경로나 추적하는 정책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죽지 않는다. 아직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기에 충분할 만큼 백신 접종률이 높지 않다고 해도 정부 당국이 무조건 국민에게 “참으라”고만 해서도 안 된다. 언제부터 위드 코로나가 가능할지 설명하고,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이 사는 게 겁만 내야 할 일은 아니라는 것. 이 정도는 알려야 하지 않을까.

신창호 사회2부장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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