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청약, 세대 줄다리기…청약, 승자독住 게임

해법 못 찾는 주택청약 제도
30대 패닉바잉 부른 가점제 손봤더니… 4050 “역차별”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주택시장에서 30대는 그 어느 때보다 공격적으로 집을 사들였다. 그러면서 주택시장 큰손이었던 40대를 제치고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30대 주택 수요가 높아진 건 집값 과열 때문이었다. 집값이 크게 오르기 시작하면서 무주택 서민은 너나 할 것 없이 고통받았지만, 특히 30대가 체감하는 공포는 유별난 데가 있었다.

공포는 두 가지 확신에서 기인했다. 우선 집값이 앞으로도 계속 오른다는 점이었다. 정부는 집값 고점론을 내세우며 조정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한 번도 들어맞지 않았다. 특히 서울 집값 불패 현상이 계속되면서 비교적 적은 자금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주택청약 말고는 대책이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운영하는 청약홈 통계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 청약저축, 청약부금, 청약예금) 가입자는 2805만480명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했다. 30대는 가점제 위주의 청약제도 아래서는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이 매우 어렵다는 걸 알았다. 결혼 여부와 부양가족 수 등의 조건이 좋지 않으면 청약 당첨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말도 나왔다. 따라서 30대가 온갖 대출에 ‘영혼까지 끌어모아서’(영끌)라도 집을 사야 한다고 판단한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정부도 30대의 ‘패닉바잉’(공포에 의한 사재기)을 설득만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지난해 8·4대책과 올해 2·4대책 등을 통해 대규모 주택공급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공급 체감을 높이기 위해 사전청약 등 청약을 확대했다.

30대에게 불리한 가점제에도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정부는 기존 투기과열지구 내 청약이 100% 가점제로 운영됐던 것과 달리 2·4대책으로 공급되는 주택에는 추첨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7·10부동산대책의 후속 조치로 공공(국민)주택에만 있던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85㎡ 이하 민영주택에도 신설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은 역차별 논란을 불렀다. 정부가 청약만을 바라보며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하고 버텨 온 40~50대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패닉바잉을 막기 위해) 사전청약 등 젊은 층과 신혼부부에게 주택 공급하는 정책을 밀고 가는 것 같은데 40~60대 무주택자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세대별 수요자를 조사한 후 그 수에 맞춰 청약 기회를 나눠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하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세대별 수요자가 얼마나 되는지 예측해서 안분을 해야 역차별 논란을 막을 수 있다”며 “그러면 당분간은 40~50대에게 많이 배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정부 정책이 청년의 주택 수요를 속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상황도 아니다. 정부는 지난 8일 오는 11월부터 민영주택의 신혼부부·생애 최초 특별공급 물량 중 30%를 추첨제로 공급하겠다는 내용의 개편안을 발표했다. 1인 가구와 무자녀 가구가 차별받는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조치다. 다른 연령대에 역차별을 가하지 않기 위한 고민도 엿보였다.

하지만 전체 청약 물량이 한정된 상태라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가 야심 차게 준비한 3기 신도시 1차 사전청약 신혼희망타운에 당첨된 1945가구 중 서울 당첨자는 8명뿐이었다. 그만큼 해당 지역 거주자들이 많이 당첨됐겠지만, 서울의 수많은 주택 수요자들에게 청약의 문이 얼마나 좁은지 보여준 사례다.


사실 청약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과거에도 끊이지 않았다. 지금의 청약제도는 이런 논란과 그로 인한 개선책이 수없이 덧대어져 만들어졌다. 1970년대 중반 이후 내 집 마련 수요가 커지면서 선착순 분양 방식에 문제가 생겼다. 당시에도 투기 세력이 몰려들었고, 이를 막기 위해 1977년 8월 처음 만들어진 게 주택청약제도였다.

주택청약제도는 탄생 직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청약 방식의 특성상 반복해서 떨어지는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0순위 청약을 만들었다. 6회 이상 떨어진 낙첨자에게 우선 당첨권을 주기로 한 것인데, 0순위만 되면 주택 마련이 확정됐기 때문에 이 또한 투기에 악용됐다. 결국 정부는 1983년 1월 이 제도도 폐지했다.

최근에는 정부가 2017년 8·2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85㎡이하 주택 청약 시 추첨제(비율 25%)를 사실상 없앴다. 이 역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의도와는 달리 저가점자, 주로 저연령대 무주택자의 청약 장벽이 높아졌다.

청약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결국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집을 나눠줄지에 대한 이견 때문에 발생한다. 이 때문에 제도 자체에 한계가 내재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부동산 호황기의) 청약은 당첨과 동시에 명확한 수익이 발생하니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없는 시스템”이라며 “남은 건 배분 문제인데,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몰아주면 무주택 기간이 긴 40~50대가 피해 보는 건 자명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여권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도 지난 3월 ‘주택 분양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한 제언’이라는 보고서에서 청약 기회가 4050 장기 무주택자에게 돌아가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혼부부와 다자녀가구에 청약 기회를 우선 제공하는 건 1~2인 가구가 늘어가는 현재 추세에도 맞지 않고, 장기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막는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내 집 마련에 목마른 30대에게는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주거비 부담을 줄여가며 내 집 마련을 위한 자금을 모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30대가 ‘패닉바잉’의 중심에 선 세대라는 점이다. 30대의 패닉바잉은 정부 부동산대책에 대한 전적인 불신에서 나온다. ‘무리해서 집 살 필요 없다’는 정부의 말이 번번이 틀렸기 때문에, 집값이 오를수록 빨리 사야 한다는 조급함이 자리를 잡았다. 이들에게 10~20년 참으라고 하면 반발이 일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 청약제도의 미세 조정만으로는 별 효과가 없고, 근본적인 공급대책을 세우라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다.

청약제도를 폐지하고 추첨제로 돌아가자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권 교수는 “주택공급이 부족하면 시장이 과열되기 때문에 (공급 시점을 조절하면서 공급 체감도 높이기 위해) 청약제도가 필요한 것”이라며 “청약제도를 폐지하는 게 능사가 아니고 우리 실정에 맞게 바꿔야 무주택자에게도 좋다”고 지적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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