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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원의 메디컬 인사이드] 완치됐지만 여전히 아픈 사람들


올해 초 해외 언론을 통해 ‘롱 코비드(Long Covid)’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코로나19가 어느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증상만으로 지나가는 질병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장기간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을 일컫는다.

코로나19에 걸린 후 완치 판정을 받은 사람들의 상당수는 다양한 후유증을 겪는 것으로 다수의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피로감이나 전신 무력감, 호흡 곤란, 인지장애가 가장 흔하고 탈모나 당뇨병, 환시, 시력장애 같은 보다 심각한 질병도 드물게 보고된다.

영국의 한 대학 연구에선 코로나19가 10여개 신체 기관에 영향을 끼치고 상당 기간 지속되는 후유증이 200가지가 넘는 걸로 조사됐다. 우리 국립보건연구원도 최근 대구 지역 확진자 241명 대상 조사에서 절반 이상(52.7%)이 집중력 저하, 기억 상실, 우울증 등의 후유증을 1년 이상 앓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들 모두 코로나19 완치자인데 여전히 아픈 사람들이다. 몸에서 바이러스는 사라졌지만 바이러스가 남긴 상흔이 계속해서 2차적 질병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지금처럼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시점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몸에 끼친 질병적 증상이 모두 없어졌을 때를 진정한 완치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영국 등에선 완치자 대신 ‘회복자’나 ‘생존자’로 부른다.

SNS를 통해 코로나19 후유증의 심각성을 사회 이슈화한 인물이 있다. 페이스북 계정 ‘부산47’로 알려진 부산대 박현 기계공학과 교수다. 그는 지난해 5월 완치 판정을 받은 뒤 1년 넘게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후유증과 그로 인한 고통, 달라진 삶의 모습들을 SNS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한 게시글에선 “끊임없이 여러 증상이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고 어떤 증상이 좋아지면 또 다른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는 아주 지독한 특성을 갖고 있다”고 밝혀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이 말 그대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님을 깨닫게 한다. 그의 게시물에는 늘 동변상련의 댓글이 수없이 달리는데, 확진 후 8개월이 지났다는 한 네티즌은 “요즘은 삶을 스스로 끝낼까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썼다. 후유증이 개인의 삶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지금 이들이 의지할 곳은 오로지 자신밖에 없다.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후유증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치료를 위해 어느 병원 어떤 진료과를 찾아야 할지 구체적 정보를 얻을 곳이 없다. 방역 당국은 몇 차례 후유증 관련 조사 결과만 내놓았을 뿐 환자와 일선 병원들이 공유할 수 있는 후유증 정보 관리 네트워크나 전문 치료 시스템은 구축해 놓고 있지 않다. 정신건강 관련 심리 지원 서비스만 일부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영국은 지난해 5월부터 정부 주도로 코로나19 후유증 전문 치료센터를 전국적으로 설립해 모든 후유증 환자들에게 전액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후유증 온라인 서비스를 구축해 간호사나 물리치료사 등 전문가가 환자의 모든 문의에 답하고 집에서 혼자 회복 중인 사람들을 위해 근력과 폐기능 재활 매뉴얼을 알려주고 있다. 미국도 같은 시기에 뉴욕 마운트시나이병원, UC샌프란시스코병원 등을 시작으로 코로나19 후유증 전문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백신 접종 이후 전 세계가 서서히 감염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끝난 게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머지않아 코로나19 후유증과 싸워야 하는 제2의 팬데믹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10월 말쯤으로 추진 중인 ‘위드(with) 코로나’ 혹은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에 후유증 환자 치료 체계 및 지원 대책도 꼭 포함되길 바라는 이유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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