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신의 직장’이 어쩌다… 마사회, 눈물의 삭발 투쟁

노조 “온라인 경마 합법화” 촉구
코로나 직격탄… 대출 받아 월급 지급

사진=연합뉴스

머리를 파르라니 깎았다. 삭발 자체가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평소라면 삭발같은 선택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공공부문이 주인공이다. 최근까지 ‘신의 직장’인 줄 알았던 곳이 월급조차 못 주는 곳으로 변모하다보니 절벽 끝으로 몰리고 행동에 나선 것이다.

한국마사회 얘기다.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은 8일 상급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위치한 세종시에서 집회를 열었다. 홍기복 노조위원장이 대표로 나서 삭발식의 주인공이 됐다(사진).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코로나19로 멈춰 선 오프라인 경주 대신 온라인 경마를 허용해달라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목소리의 설득력은 그리 높지 않았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한국마사회는 창립 후 71년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었고 젊은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된 공기관이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하면서 한국마사회의 입지는 좁아졌다. 수익원인 경마 경기가 멈춰서다 보니 돈줄이 말랐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정부 방침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2018년에만 5000명 가까운 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주말마다 경마 안내를 하는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월급을 줘야 할 이들이 늘었다. 회사가 기울자 이들 대부분은 일터를 떠났다. 그럼에도 이 중 2000여명이 한국마사회 소속으로 남아 있다. 일을 하든 안 하든 월급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마사회는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통해 2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기로 결정했다. 직원 월급을 주기 위해 빚을 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온라인 경마라는 탈출구가 있기는 하지만 논쟁이 첨예하다. 정치권은 찬성이다. 경마도 비대면으로 전환하자는 명분이 힘을 실었다. 다만 농림축산식품부의 반대가 완강하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온라인 경마를 하면 미성년자들의 접근성이 커진다.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행성’과 ‘코로나19’라는 두 개의 가치를 충족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그래도 먹고 살 길만큼은 만들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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