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무자녀 신혼부부에 주택청약 당첨기회 열린다

월 965만원 넘는 맞벌이 부부도
특공 30% 정도 소득 불문 추첨 공급
대선용 ‘제로섬 희망 고문’ 지적도


11월부터 1인 가구나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 월 소득 965만원 넘는 맞벌이 부부에게도 주택 청약 당첨의 기회가 열린다. 정부가 민영주택의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 중 30%를 소득 요건을 안 보는 추첨제로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1인 가구나 무자녀 가구 등 청약 제도의 실질적 소외계층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정부의 청약 제도 개편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많다. 정부도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기존 주택에 대한 ‘영끌’ 수요가 다소 잦아들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제한된 물량 안에서 배정 비율 조정만으로 매수 수요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자칫 실수요자에 대한 ‘희망 고문’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수 년 전부터 청약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정부가 집값이 다 오른 뒤 뒤늦게 제도 개편에 나선 데 대해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1인 가구, 무자녀 신혼부부의 당첨 기회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생애최초·신혼부부 특공 개편을 추진한다고 8일 밝혔다.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 11월 이후 입주자 모집에서부터 바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개편안은 전체 청약 물량 가운데 민영주택의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특공 물량에 한해 30%를 추첨제로 전환, 결혼 여부나 자녀 유무, 소득 기준 등을 보지 않고 당첨자를 뽑는 방식이다.


그동안 부양가족 수나 청약통장 가입 기간 등을 따지는 가점제 일반공급과 별개로, 무주택자나 신혼부부 등 주택 실수요층을 배려하기 위해 특별공급이 배정됐지만, 1인 가구나 무자녀 신혼부부 등은 혜택을 못 본다는 지적이 많았다. 생애최초 특공의 경우 혼인 중이거나 자녀가 있는 가구로만 자격을 한정하다 보니 1인 가구는 지원 자격조차 없었다. 신혼부부 특공 역시 자녀가 많은 순서대로 공급하다 보니 무자녀 신혼부부는 사실상 당첨 가능성이 없다. 소득 기준을 넘는 무주택 가구 역시 마찬가지 처지다. 공급 물량이 제한되다 보니 급한 실수요자부터 구제한다는 취지였지만, 청약 제도에서 소외된 실수요자들이 기존 주택 매수에 나서면서 지난해부터 집값이 급등하는 등 부작용도 컸다.

제도 개편 폭이 크면 현행 제도상 대기 수요자의 반발 가능성도 있어 정부는 개편 적용 대상을 민영주택과 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으로 제한했다. 저소득층이나 다자녀가구 등 배려가 필요한 대상이 주로 이용하는 공공분양 물량에는 추첨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편으로 그간 청약시장에서 소외됐던 청년층 수요를 다시 신규 청약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기대와 달리 실제 시장 파급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추첨제 물량 자체가 매우 적기 때문에 오히려 추첨제 적용이 한정된 물량을 놓고 실수요자 간 제로섬 게임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영주택의 경우 전체 공급 물량 중 생애최초·신혼부부 특공 물량이 민간택지 27%, 공공택지 35%를 차지한다. 이 중 30%만 추첨제를 적용하면 1인 가구 등이 응모할 수 있는 물량은 전체 공급물량의 8~10% 수준에 그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가 뒤늦게나마 청약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제도를 ‘땜질식’으로만 고칠 게 아니라 그동안의 데이터를 토대로 대대적인 재설계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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