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습득 능력자 미 교수, 외국어 공부 비결은 ‘다독’

[책과 길] 외국어 학습담
로버트 파우저 지음
혜화1117, 336쪽, 1만8500원


외국어를 공부하다 모국어와 다른 문법 체계와 발음, 어휘 활용법 등 난관에 부딪혀 중도 포기하는 이가 많다. ‘나는 왜 외국어를 공부하는가’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다.

로버트 파우저는 한국어를 한국인처럼 구사하는 미국인이다. 그는 열여섯 살 때 ‘첫 외국어’인 스페인어를 접했다. 어릴 때 일본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보내 준 풍경 사진을 보고 일본에 대한 환상을 품었다. 고등학생 시절 일본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일본어를 배우고 미시간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했다. 대학생이 돼 일본을 다시 방문했을 때 한국을 다녀갈 기회가 생겼다. 한국에 대한 호기심은 한국어 공부로 이어졌다.

1983년 서울대 어학연구소(현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운 파우저는 미국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뒤 86년 서울로 돌아왔다. 고려대, 한국과학기술대학(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한국어를 더 공부해 2008년 서울대 국어교육과 부교수로 임용됐다. 지금은 미국에 살면서 에스페란토와 이탈리아어를 배운다.

그는 이 책에서 외국어 학습의 역사와 시대에 따른 교수법 변화를 설명한다. 흥미로운 건 그가 어떻게 외국어를 공부했는지를 다룬 ‘학습담’이다. 파우저는 다독의 효과를 강조한다. 그는 ‘맹자’를 읽으며 한문을 익히고 조선시대 시조를 읽으며 중세 한국어를 공부했다. 나쓰메 소세키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으며 일본어를 연구했다.

그는 다양한 외국어 학습법 중에 자신에게 맞는 걸 선택할 수 있지만 그에 앞서 ‘외국어 성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자신이 학습한 외국어들을 돌아보며 어떤 부분에서 강점이 있는지, 어떤 부분을 힘들어하는지 파악한 뒤에야 올바른 학습 방향을 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외국어 학습이 필요치 않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파우저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단언한다. AI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는 사용자가 많을수록 정확도가 높아지는 특성을 갖기 때문에 사용인구가 적은 언어는 데이터의 정확도가 떨어져 AI 기술의 효용을 누리기 어렵다. 소통과 이해를 전제로 한 대화는 감정을 수반하는데 AI에는 이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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