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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의 티 테이블] 인격, 가장 값진 선물


인격은 개인의 ‘삶의 방식’이다. 어떤 인격을 소유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건강한 인격의 소유자는 상대방을 용서하고 허물을 덮어주고 화목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며, 병든 인격의 소유자는 매사에 불화를 일으키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주위에 피해를 주는 병든 인격의 소유자들이다. 심리학자들은 병든 인격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편집적 인격장애, 강박증 인격장애, 자기애적 인격장애, 히스테리 인격장애를 든다. 편집적 인격장애는 모든 모임에서 원칙을 내세우면서 따지고 덤벼드는 유형이고, 강박증 인격장애는 스스로 규칙을 정해 놓고 완벽하게 실천해야 한다는 강박증을 가진 유형이다. 자기애적 인격장애는 지나치게 자기를 존중하고 오만한 고집을 소유한 유형이고, 히스테리 인격장애는 자신의 허락 없이는 배우자를 어떤 모임에도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의부증 또는 의처증 환자처럼, 의심이 나면 꼬치꼬치 캐묻는 유형이다.

병든 인격의 유형들은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이 서툴고 충동적이며 폭발적일 때가 많다. 이런 심리적 특성이 가정폭력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건강염려증, 알코올중독 등의 문제를 낳기도 한다. 극단적인 경우 불특정 다수에게 분노를 표출한다. 중범죄자 50% 이상이 반사회성 인격장애란 사실이 이를 뼈아프게 증명한다.

왜 이런 인격의 소유자들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심리학자들은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지나치게 엄격한 부모로부터 완벽과 청결을 강요받고 제재받으며 성장한 사람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성격장애라고 한다. 또 성장 과정에서 부모, 특히 어머니와 안정적인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학설이 지배적이다. 가장 중요한 애착 대상인 어머니로부터 사랑의 거부감을 느꼈을 경우 정서가 안정되지 못하고 심각한 분노가 정서의 한복판에 자리 잡게 된다. 어린 시절에 편집된 이 ‘삶의 지도’는 쉽게 고쳐지지 않고 그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는 삶의 전략이 된다.

‘나는 소중한 사람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느낌은 인격 형성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런 믿음은 어린 시절에 획득해야 한다. 어렸을 때 부모의 사랑을 통해 자신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사람은 어른이 돼 시련을 겪더라도 그런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 자신을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면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돌보게 된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면 타인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안다. 부모가 자녀에게 바치는 시간의 질과 양이 아이에게는 자신이 부모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진정으로 사랑받는 아이들은 자신이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음을 스스로 알아차린다. 이것이야말로 부모가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이 아닐까.

그러나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모두가 인격장애를 겪는 것은 아니다.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폴 투르니에는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불우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인격적인 대우를 받으면서 자신감을 회복하고 자폐 성향까지 극복했다. 그는 저서 ‘고통보다 깊은’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 운명을 바꾸고 고아라는 불리한 조건에서 해방해 준 것은 나를 입양한 가정과 그리스어 선생님, 그리고 내 아내와 다른 많은 사람, 무엇보다도 옥스퍼드 그룹 친구들의 진정하고 인격적인 사랑이었다. 이 모든 것에서 나는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다. 그분은 그분의 사랑을 전하는 도구로 많은 사람을 쓰시어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베푸셨다.”

인간은 생물학적 존재로 태어났지만, 훈육을 통해 사회적 존재가 된다. 부모는 훈육을 통해 자녀에게 인격을 선물해 줄 수 있다. 부모야말로 위대한 사명자이다. 칼릴 지브란이 말하듯 부모가 활이라면 자녀는 화살이다. 하나님은 궁수가 돼 화살이 멀리 날아가도록 활을 팽팽하게 잡아당기신다. 하나님은 날아가는 화살을 사랑하는 것처럼 그 자리에 있는 활도 사랑하신다는 것을 잊지 말고 살아갔으면 한다. “그대들은 활입니다/ 그대들의 아이들이 살아 있는 화살이 되어 앞으로 날아가도록/ 그들을 쏘는 활입니다/ 활 쏘는 분은 무한의 길 위에서 과녁을 겨누고/ 자신의 화살이 보다 빨리 보다 멀리 날아가도록/ 그대들을 힘껏 당겨 구부립니다”(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


이지현 종교부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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