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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금성 전투

김의구 논설위원


금성천은 북한 지역인 강원도 평강에서 발원해 화천을 거쳐 북한강에 합류하는 강이다. 금강산 서남쪽의 험곡 사이를 흘러 물이 차갑고 물살이 거세다.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2주 전인 1953년 7월 13일 금성천 일대에선 중공군의 대공세가 있었다. 중공군 12개 사단이 국군 5개 사단을 공격한 금성 전투였다. 당시 금성천 북쪽 지역에 진출해 있던 국군은 강 남쪽으로 후퇴해야 했다. 1주일간의 혈전 결과 이 지역 휴전선은 남쪽으로 평균 4㎞ 밀렸고, 국군은 192㎢의 땅을 잃었다. 국군은 1701명이 전사, 7548명이 부상했고 4136명이 실종되거나 포로가 됐다. 유엔군은 중공군 2만7216명이 전사하고 3만8700명이 부상했으며 186명을 포로로 잡았다고 발표했다. 휴전을 코앞에 두고 숱한 인명이 희생된 참극이 금성 전투다.

중국이 이를 소재로 ‘금강천'(金剛川)’이란 영화를 제작해 지난해 10월 개봉했다. 금강천은 금성천의 중국식 명칭이다. 중공군이 미군 폭격기의 공습으로 파괴된 다리 다시 놓기를 거듭하다가 몸으로 널빤지를 받쳐 도강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다. 이 영화를 수입하려던 업체가 거센 반대여론에 부딪혀 상영 계획을 접었다. ‘1953 금성 대전투’란 한글 이름을 단 영화는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재향군인회의 반발에 청와대 청원까지 제기되자 영화수입사 대표가 8일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드린다”며 물러섰다.

남침에 대한 언급 없이 유엔군 참전을 ‘침략자의 도발’이라고 묘사하는 등 적반하장 식 역사 왜곡이 산재한 영화의 상영이 취소된 것은 다행이다. 역사적 사건을 휴머니즘 등의 다양한 소재로 다룰 수 있겠지만 사실 자체를 왜곡하는 건 위험하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정전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인데 상영에 손을 들어준 영등위는 무책임하거나 무감각해 보인다.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는 경우 ‘제한 관람가’ 등급을 줄 수도 있는데, 그저 폭력적인 장면 문제만 고려했다는 해명은 군색하기 짝이 없다.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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