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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당돌한 준석씨의 3개월

하윤해 정치부 차장


가세가 기운 가문이 집안을 다시 일으킬 주인공으로 꼬마가장을 택했다. 그가 책봉되자 “꼰대 가문에 변화가 시작됐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꼬마가장은 장식품 역할을 거부했다. 그러고는 도발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를 애송이로 여겼던 집안 어른들은 여전히 가문 대소사를 직접 챙기려고 했다. 꼬마가장과 집안 어른들의 신경전은 ‘예정된 충돌’이었다. 이준석 대표가 지난 6월 11일 당대표에 선출된 이후 국민의힘 내부를 지켜본 관전평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 대표는 대표에 당선된 것으로 역할을 다 했다”고 말했다. ‘올드보이’ 정당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준 것은 고맙지만, 더 이상의 기대는 없다는 뜻으로 들렸다.

이 대표는 1985년생으로 올해 36세다. 헌정 사상 최초의 30대 제1야당 대표다. 그러나 이 대표의 정치적 무게감은 아직 새싹, 맹아 수준이다. 다만, 한국 정치의 거물들이 영호남으로 대표되는 지역적 기반에 의존했던 것과 달리 이 대표는 ‘20대·30대’ MZ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지역보다 세대를 중시하는 인식이 신선한 것은 사실이다. 이 대표의 장점은 당돌함이다. 그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었던 대구에서 “탄핵은 정당했다”고 외쳤던 것은 대표적인 장면이다. 위기도 있었다. 그는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윤석열·원희룡 후보와 통화 녹취록 공방을 벌였다. 쿨한 이미지의 그가 통화나 녹음하는 ‘찌질이’로 비쳐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결국 사과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껄끄러운 관계다. 두 사람의 애매한 사이는 국민의힘의 뇌관이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이 MZ세대를 비롯한 중도층을 경시한 채 ‘우향우’를 하는 것 같아 불안감을 갖는 모습이다. 여야 후보의 선호도를 떠나 이번 대선 구도가 인구학적으로 야권에 불리하다는 것이 이 대표의 근본적 인식이다. 그래서 1등 후보인 윤 전 총장 측이 본선을 노리고 과감한 액션을 취하기보다는 경선 승리를 위해 ‘침대축구’를 한다는 답답함을 갖고 있다. 반면 윤 전 총장 측은 이 대표가 지지율이 미약한 국민의힘 내부의 다른 경선 주자들과 윤 전 총장을 동급으로 취급하면서 윤 전 총장의 품위를 깎아내린다고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이 대표는 최근 JTBC와의 인터뷰에서 “후보가 뜨려면 대표가 조용해야 한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게 제가 조용했더니 후보가 뜨던가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아킬레스건은 그가 대표를 맡은 이후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뜨지 않은 데 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이 대표가 대표로 선출되기 직전인 지난 6월 8∼10일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7%였다. 더불어민주당은 31%였다. 가장 최근인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9%였고, 민주당은 33%였다. 지지율 격차 4% 포인트 열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 대표 평가는 양극단이다. 한 의원은 “이번 대선에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앞으로 야권을 이끌 주자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 대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의원은 “이 대표는 나이만 30대일 뿐 정치적 사고는 노회하다”고 비판했다.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 정권 교체 의지는 거대한 에너지다. 정권 교체에 실패할 경우 이 대표도 분노의 쓰나미에 휩쓸려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애매한 관계인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이 한 배에 탄 형국이다. 이 대표가 애송이에 그칠지, 세대 교체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할지 여부는 이번 대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하윤해 정치부 차장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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