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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시론] 선교적 교회와 선교적 학교

이대성 연세대 교목실장


우리나라 고등교육에서 기독교 학교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아주 크다. 2016년 대학알리미 자료를 분석한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268개의 4년제 대학이 있고 그중 사립대학이 212개(71%), 기독교 대학이 74개(27.6%)다. 기독교 학교는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해 매우 중요한 책무를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기독교 학교는 흔히 ‘미션 스쿨’이라고 불리는데, 이는 선교사가 선교의 목적으로 세운 학교이기 때문이다. 16세기 인도에 최초의 미션 스쿨이 세워진 이래로 여러 대륙에 미션 스쿨이 생기게 됐고, 우리나라에서도 선교의 역사와 함께 미션 스쿨의 역사도 시작돼 선교의 중요한 축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해 왔다.

초기 미션 스쿨은 장차 사회 지도자가 될 인재들을 받아들여 기독교로 개종시키는 것을 가장 중요한 임무로 삼았다. 기독교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던 사람들이 신식 교육과 서구 문명을 접할 기회에 유인돼 입학한 후 수년 동안 채플과 성경 과목을 들음으로써 기독교에 대해 점점 깊은 이해를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세례를 받고 기독교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개종한 사람들이 한국 교회와 사회의 지도자가 돼 한국 역사 발전에 이바지한 바가 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미션 스쿨 모델이 오늘날에도 유효한지는 비판적으로 검토해 볼 때가 됐다.

한국 기독교 학교의 역사는 136년이 됐고, 한국 교회는 이미 세계에 가장 많은 선교사를 파송하는 나라 중 하나가 됐다. 최근 들어 기독교에 대한 신뢰나 기대가 예전 같지 않아졌으며, 특별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교회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만연해졌다. 또한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종립 학교가 개종을 위해 채플 등의 종파 교육을 강제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런 점들을 생각할 때 기독교 학교의 주된 임무를 불신자 학생들의 개종으로 삼는 것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기독교 학교의 새로운 모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중요한 방향 전환이 미션 스쿨(Mission School)에서 미셔널 스쿨(Missional School), 즉 선교적 학교로의 전환이다. 미션 스쿨은 학교에서 개종자를 만들어 교회에 출석하게 하고 교회가 선교를 하게 하는 모델이다. 선교적 학교는 기독교 학교가 선교의 능동적 참여자가 돼 주체적으로 선교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매진하는 모델이다.

사실 대부분의 기독교 대학은 기독교적 창립 정신에 근거한 교육과 연구를 통해 사회와 인류의 복지를 위해 공헌하는 것을 학교의 사명으로 삼고 있다. 이것은 매우 선명한 선교적 사명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교회 중심의 선교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의 관점에서 보면, 기독교 학교는 본질적으로 선교적 기관이다. 기독교 학교의 핵심적인 사명은 학생들이 다양한 전공과 신앙을 연결하면서 공부하게 해서 이들이 사회에 나가 각 영역에서 하나님이 맡기신 사명을 자각하고 그 사명을 전문적으로 수행함으로써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동참하게 돕는 일이다.

기독교 학교가 선교적 학교로 변해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교회도 ‘선교적 교회’로 방향 전환을 하는 것이다. 성과 속의 이분법을 넘어 온 세계가 하나님의 뜻이 이뤄질 공간이라는 믿음을 갖고 다양한 문화 영역에서 복음적 삶을 실천하고 전하는 것이 선교적 교회의 모습이다. ‘선교적 교회’와 ‘선교적 학교’의 파트너십이 이뤄진다면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과 미래 사회를 위해서, 그리고 한국 교회를 위해서 이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이대성 연세대 교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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