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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이흥우 논설위원


얼마 전 빗속에 쓰러진 90대 치매 할머니를 구한 백구가 CNN에 보도돼 일약 세계적 스타가 됐다. 백구는 할머니를 구한 공로로 명예 119 구조견이 됐고 소방교 계급을 받았다. 유기견이었던 백구의 견생역전이다. 작은 체구의 백구는 3년 전 대형견에 물려 사경을 헤매다 할머니 가족에게 발견돼 연을 맺었다.

할머니와 함께 집을 나선 백구는 할머니가 쓰러진 40여 시간 내내 곁을 지켰다고 한다. 경찰과 구조대는 실종신고를 받고 열화상 카메라를 동원해 수색에 나섰으나 빗속에 오래 노출돼 저체온증에 걸린 할머니를 쉽게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백구의 체온이 감지돼 함께 있던 할머니를 구할 수 있었다. 할머니 덕분에 목숨을 건진 백구가 은혜를 갚은 것이다.

백구는 할머니 가족에게 소중한 반려이자 생명의 ‘은견’이지만 법적으론 물건이다. 민법은 살아있는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한다.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한 가족으로 여기는 이에겐 몰상식이다.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명을 넘었고, ‘펫팸족’‘펫코노미’ 등의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사회인식이 바뀐 지 오래인데 법조문은 여전히 야만의 시대에 머물러 있다.

이젠 지방자치단체까지 반려동물 인구 관심끌기에 적극 나선 상황이다. 강원도는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인터넷 도내 관광정보를 만들었고, 전북 임실군은 자치단체 최초로 장례식장과 화장장 등을 갖춘 3만㎡ 규모의 펫 추모공원을 조성했다. 정부도 이 같은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에 부응해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취지의 민법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동물은 사람과 물건 사이의 제3의 법적 지위를 갖게 된다. 또 반려동물이 상해를 입을 경우 치료비 상당의 손해배상범위를 교환가치 이상으로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 때늦었다.

머지않아 물건 지위에서 벗어날 백구에게도 번듯한 이름이 있었으면 한다. 보통명사 백구가 아닌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그만의 고유명사로….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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