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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 대북 제재 활용법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핵 해결이 정체되면서 북·미 관계는 물론이고 남북 관계마저 교착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 제안을 무시하고 핵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한·미가 한결같이 북핵 해결을 지향한다지만 진전되지 않는 이유를 북한의 핵 개발 동기에서 찾아보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전 세계가 미국의 대일 핵 공격에서 핵무기의 위력에 놀란 데 이어 북한 정권은 6·25 당시 미국의 핵무기 사용 검토로 공포를 느꼈고 1950년대 중반 미 전술핵이 한국에 배치되면서 위협의 실체를 절감했을 것이다. 60년대 초 미국의 강력한 경고와 소련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핵 개발에 성공한 뒤 70년대 초에 미·중 데탕트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았고, 미 국방장관이 북한의 남침 시 핵으로 공격하겠다는 경고를 들었다.

북한의 더 큰 두려움은 1970년에 비슷했던 남북한 경제력이 1990년 한국이 북한보다 11배나 우월해지면서 주한미군이 없더라도 한국군에 뒤처지게 됐고 시간이 갈수록 이것이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한·미 연합군에게 압도적인 열세에 처하자 100만명 정도가 아사하는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도 정권 수호에 절실히 필요해진 핵을 개발한 것이다.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대북 화해·협력 정책을 펼쳤지만, 미 부시 행정부가 정권 교체 압박을 가하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공격하자 체제를 지키려 핵을 실험하고 미사일을 개발했다.

이후 북한은 설령 핵을 포기하더라도 남한 인구의 절반이 사는 수도권이 수천개 장사정포의 사정권에 있고 한국 전역을 가격할 수 있는 각종 미사일 수천개도 보유하고 있으므로, 핵 협상에서는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만을 상대하려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략적 인내’로 8년간 북한의 핵 능력 강화를 사실상 묵과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에 응해, 북한의 비핵화 노력에 대해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약속했다. 김정은은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한 리비아와 우크라이나 사례에서 미국의 약속 불이행을 보았지만 핵 실험장 붕락,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유예, 미국인 억류자 귀환, 유해 송환 등 성의를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는 말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데다 이란과의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해 약속 불이행국의 모습을 보였다.

현재 조 바이든 행정부가 조건 없는 대화를 제창하지만 이미 북한은 미국을 믿지 않으므로 돌파구 마련은 난망이다. 더구나 북한이 코로나, 교역 중단, 태풍, 홍수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북 제재 지속 의지를 고수함으로써 북한은 이를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간주해 북·미 관계 개선을 단념하고 핵에 더욱 매달릴 것이 예상된다. 제재는 북한의 핵 개발을 중단시키고 포기시키기 위해 부과된 것인데, 현재는 핵 개발 중단 협상을 오히려 방해하는 역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미국은 제재를 계속 부과하면 북한이 비핵화로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같은데 북한 정권의 체제 수호 의지와 북한과 순치(脣齒) 관계이고 초강대국으로 부상 중인 중국의 존재를 고려하면 연목구어(緣木求魚) 격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제재 본연의 핵심 의도를 달성하려면 제재를 능동적·탄력적으로 완화시켜주면서 북한을 비핵화 과정으로 재진입시켜야 한다. 북한을 불신한다면 북한의 약속 불이행 시 제재를 복원시키는 스냅 백(snap-back) 제도를 도입하면 된다. 북한의 핵 개발 동기인 안보 딜레마 해소 의지를 보여주면서 미국이 대북 인도적 지원 제공과 함께 제재를 본연의 취지에 맞게 활용해야 북핵 문제는 해결 국면으로 복귀할 것이다. 북한이 미국을 믿게 해 주어야 북핵은 해결될 수 있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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