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플렉스 시즌2] “창업 꿈꾸는 청년들 시선, 낮고 작은 자 향했으면”

<17> 세계 최초 점자 스마트워치 개발한 김주윤 ‘닷’ 대표

김주윤 대표가 지난 9일 초기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지도가 포함된 무인 음성 안내기 제품을 가리키며 장애가 있는 취약계층의 정보 접근성을 높여주고자 현재 개발 중인 제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신석현 인턴기자

한 청년 벤처기업가가 지난 8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벤처기업 성과보고회 ‘K+벤처’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바로 흰 종이가 무수히 꽂혀 미처 닫히지 못하고 반원 모양으로 펼쳐진 대형 점자 성경이었다. 그는 당시 “한 권의 성경책을 점자로 바꾸면 22권이나 된다”며 “돈 버는 일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창업 계기를 설명했다.

세계 최초로 점자 스마트워치를 만든 김주윤(31·여의도순복음교회) ‘닷’ 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지난 9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사무실에서 만났을 때도 사진을 보여준 뒤 같은 설명을 했다. 그가 말한 의미 있는 일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점자 성경 사진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이유도 모두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소명과 관계가 있다.

고교 졸업 후 미국 유학길에 올랐을 때만 해도 신의 존재엔 회의적이었던 그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며 스티브 잡스처럼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고 싶던 그저 열정 많은 청년이었다. 밤새 독학으로 코딩을 공부하다 아침이면 수업에 들어가기를 반복하며 시도한 세 번의 창업은 연이어 실패를 거듭했다. 학비를 대주시던 부모님의 형편이 어려워졌고, 설상가상으로 어머니는 암 진단을 받았다.

그는 “당시 내 회사였음에도 회사에 나가기 싫었고, 어머니 소식에도 별 감흥 없이 대처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겉으론 열정이 넘쳤지만, 속은 누가 살짝 건들기만 하면 터질 것 같은 물풍선 같은 시기였다. 그런 그를 보다 못한 한 후배가 불쑥 “불쌍해 보인다”며 한마디 툭 던졌다. 교회 청년부 예배에 한 번 와보라고 했다. 그렇게 간 교회에서 신앙 공동체가 주는 사랑을 느낀 그는 신앙을 가지며 조금씩 회복됐다. 세례도 받고, 찬양 인도자로도 섰다. 가세가 더 기울어 귀국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자, 새벽기도에 나섰다.

그는 “모든 걸 하나님께 맡긴다며 내 인생을 책임져 달라고 기도했다”며 “가진 것도 없이 막막한 내게 하나님은 왠지 모를 자신감과 어딜 가든지 항상 함께하겠다는 마음을 주셨다”고 말했다.

귀국해선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방을 얻어 창업 준비에 들어갔다. 우연히 점자 성경책을 보게 됐다. 사람 만날 때마다 늘 보여주던 그 점자 성경이다. 시각장애인은 성경도 읽기 어렵겠단 생각이 들자, 그동안 줄기차게 ‘하나님 기뻐하는 일을 하게 해달라’ 기도했던 자신의 기도 제목과 “수직적으로 이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기존 시각장애인용 성경 기계는 500만원이 넘는 데다 휴대하기도 어렵다는 걸 알게 된 그는 가장 저렴한 시각장애인용 기계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친구들과 수백만원짜리 점자기기를 일일이 뜯어보며 연구를 거듭한 끝에 지금의 스마트 점자 시계 ‘닷 워치’ 시제품을 개발했다. 닷 워치는 모바일 기기와 연동된 문자와 뉴스 등의 정보가 시계 위에 점자로 표시돼 시각장애인들이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2014년 용인시 창업경진대회 대상을 시작으로 KBS 창업오디션 프로그램 ‘황금의 펜타곤 시즌 2’ 우승, 2015년 일본 도쿄 ‘테크 인 아시아’ 아시아 톱10, 2016년 세계 스타트업 경연대회 ‘겟 인 더 링’ 우승 등을 차지하며 세상의 관심을 모았다. 타임, BBC 등 세계 각국 언론에도 보도되며 투자도 이어졌다. 2018년 12월 정식으로 제품이 출시되기 전부터 10여개국 수백억원 규모의 주문이 밀려들었다. 시각장애인 가수 스티비 원더와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도 주문할 정도였다. 지난 7월엔 92개국 3700여개 스타트업 기업이 참여한 ‘익스트림테크첼린지(XTC)’에서 한국 최초로 우승했다.

현재는 문자와 그림, 그래픽까지 구현할 수 있는 스마트 점자 패드를 개발해 세계적 대기업과 협업 중이다. 미국 교육부와는 300억원에 달하는 독점 공급계약도 맺어 내년 보급을 앞두고 있다.

김 대표를 지금의 자리로 이끈 원동력이 된 성경 구절은 “가장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란 말씀이다. 김 대표는 “하나님께선 기도하는 내게 낮은 곳을 보게 하시며 거기에 그의 뜻이 있음을 알게 하셨다”면서 “돈과 명예보다 하나님이 기뻐하실 일을 추구하니 보람도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점자 코란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왔을 때도 돈보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거절했다.

그는 “무엇보다 기도로 주님과 소통하는 걸 최우선시한다”면서 “사업하며 시험이 들 때면 기도로 전적으로 하나님께 의지하니 담대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더 많은 점자 스마트 기기에 성경을 넣어 복음이 필요한 선교지 곳곳에 보내고 싶은 꿈도 있다. 그는 “항상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일을 찾으며 낮고 작은 자를 향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피려 한다”며 “창업을 꿈꾸는 청년이 있다면 이런 마음으로 기도하며 하나님이 주실 선물을 기대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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