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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이그 노벨상

라동철 논설위원


울음소리로 고양이의 심리 상태나 메시지를 알 수 있을까. 엉뚱하다 느껴질 법한 주제지만 실제 이를 연구한 학자가 있다. 스웨덴 룬드대 수잔 스콜츠 교수다. 그는 2011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고양이가 사료를 원할 때는 울음소리 끝이 올라가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끝이 내려가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논문을 여러 편 발표했는데 이 연구로 올해 당당히 이그(Ig) 노벨상 생물학 부문을 수상했다.

이그 노벨상은 미국 하버드대 유머 과학잡지가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만들었다. ‘있을 것 같지 않은 진짜(Improbable Genuine)’에서 이름을 따 노벨상을 패러디한 상으로 기발한 연구와 업적에 주어진다. 올해 31회로, 매년 노벨상 발표 1~2주 전에 시상한다.

하버드대 샌더스 극장에서 열리던 시상식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9일(현지 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됐는데 10개 부문에서 수상자가 나왔다. 인간이 턱수염을 갖도록 진화한 것은 얼굴에 날아오는 주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입증하는 연구를 한 유타대 교수가 평화상을, 잠수함의 바퀴벌레를 효율적으로 퇴치하는 법을 연구한 미국 퇴역 장교가 곤충상을 수상했다. 도로에 붙은 껌에 사는 박테리아를 분석한 과학자는 생태상을, 영화관 공기 냄새가 상영 중인 영화의 폭력성과 연관이 있는지를 연구한 과학자는 화학상을 받았다. 수상자들은 인쇄물을 직접 조립해야 하는 트로피와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거의 쓸모가 없는 10조 짐바브웨 달러 지폐를 상금으로 받았다.

‘괴짜 노벨상’으로 불리지만 진짜 노벨상 수상자들이 논문 심사와 시상에 참여할 정도니, 마냥 웃어넘기기만 할 건 아닌 것 같다. ‘자석을 이용한 개구리 공중부양’ 연구로 2000년 이 상을 받은 안드레 가임 맨체스터대 교수는 10년 뒤 차세대 신소재로 각광받는 그래핀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인류의 과학적 성취가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이그 노벨상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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