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교회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건강검진했어요”

강중침, 추석 앞두고 외국인노동자들에게 건강검진 선물

한국살이 10년 차인 마리칼씨가 11일 인천세종병원에서 생애 첫 건강검진을 받으며 채혈하고 있다. 인천=신석현 인턴기자

안개가 짙게 깔린 11일 이른 아침, 45인승 버스가 경기도 포천 가산파출소 앞에 섰다. ‘어메이징 그레이스’란 글귀가 적힌 티셔츠를 맞춰 입은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려 파출소 옆 마당으로 들어서자 낯선 외모의 사람들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마당 뒤로 ‘가산이주노동자센터’라는 간판이 보였다. 낯선 외모의 사람들은 한국에서 일하는 필리핀 국적 외국인 노동자다. 연령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달랐고, 한국에 거주한 기간도 2년부터 20년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티셔츠를 맞춰 입은 사람들이 타고 온 버스에 함께 올라탔다. 한 시간 뒤 도착한 곳은 인천시 계양구 인천세종병원.

추석 연휴 일주일을 앞둔 이날 필리핀 외국인 노동자 15명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건강검진이란 걸 받았다. 강남중앙침례교회(최병락 목사·강중침)가 검진 비용을 지원했고 10여명의 교회 사역자와 성도가 봉사에 나섰다.

강중침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올해 ‘요셉의창고’라는 구제사역에 나섰다. 애굽의 7년 흉년 때 요셉이 가족과 이웃을 위해 창고를 열었다는 데서 착안했다. 지난 1월부터 ‘요셉의창고’에 모인 약 6억원의 헌금은 코로나19로 힘겨운 성도와 기독교한국침례회 소속 미자립교회,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데 쓰기로 했다.

특히 강중침은 지난해 12월 한파 속 숙소용 비닐하우스에서 숨진 캄보디아 출신 속행씨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외국인 노동자를 도울 방법을 고민했다. 매월 30명씩, 1년간 360명에게 1인당 40만원의 건강검진을 지원하고 매월 1명씩 치과 진료도 돕기로 했다. 포천 나눔의집에 매월 1000만원씩 1년간 총 1억2000만원을 후원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8000만원 지원했다. 요셉의창고에 모인 헌금의 절반이 사용될 예정이다.

지난 5월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거주하는 포천시와는 후원협약식도 진행했다. 포천시는 검진자 선정에 도움을 줄 가산센터와 연결해 줬고 인천세종병원은 진료를 돕기로 했다. 교회의 선한 움직임에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병원이 함께 나선 것이다.

강남중앙침례교회 지원으로 11일 인천세종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기에 앞서 필리핀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 15명이 최병락(오른쪽 아홉 번째) 목사 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강남중앙침례교회 제공

강중침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지난 7월 1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진행했다. 이들 중엔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국적의 무슬림도 있었다. 그 덕에 이날 검진은 원활하게 운영됐다. 버스 안에서 복음을 전할 땐 외국인들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내용으로 영상물을 보여줬다. 이름이 적힌 비표를 목에 걸어 일반진료자와 구분했고, 교회청년 4명이 의료진과의 소통을 도왔다.

한국 국적자로 이날 봉사에 참여한 센터 소속 리사씨는 “미등록 외국인은 아프면 큰일”이라며 “3000~4000원이면 되는 병원비도 10만원 이상 나와 비용 부담이 크다. 큰 병이면 일자리까지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채혈을 마친 마리칼(46)씨는 “이런 검진을 받아본 건 처음이다. 큰 병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마음이 편안하다”며 “교회의 도움에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건강검진과 별도로 치과 진료도 지난 3일 시작했다. 첫 진료 혜택은 한국생활 2년 차 태국 국적의 떠잇씨가 받았다. 위쪽 어금니 4개는 모두 빠졌고, 다른 치아 상태도 좋지 않았다.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치과라는 곳에 왔다”며 환하게 웃었다고 한다.

최병락 목사는 “예수님은 우리에게 치유의 역사를 보여 주셨다. 예수님의 지체인 교회가 이웃을 위한 치유의 역할을 감당하는 게 이 시대 사명”이라고 말했다.

포천·인천=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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