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XXX야, 넌 유급이야”… 공군 학생조종사 욕설·폭행 시달렸다

비행 교관들 평가 무기로 가혹 행위
기체 뒤집거나 급하강 체벌 기동도
군사경찰 수사 착수 “엄중 조치”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공군 모 부대에서 학생조종사를 향한 욕설과 폭행 등 가혹 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비행 교관(교수)들이 성적 평가를 무기로 초급간부인 학생조종사들에게 일상적 폭력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공군 군사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12일 국민일보가 확보한 다수의 녹취파일에 따르면 공군 모 부대 교수는 교육 중 “내가 한 얘기 개떡으로 들었냐. X놈의 XX. 대답 안 해? XX놈아! X새끼 넌 유급이야” “(비행) 그만해 이 XX야. 멍청한 XX”라며 5분여간 고성과 욕설을 쏟아냈다. 녹취파일에는 비행 중인 훈련기 안에서 교관들이 학생조종사의 기동을 질책하며 꾸짖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다수 지시에는 욕설이 포함됐으며 학생은 거듭 “아닙니다! 죄송합니다”를 반복한다.

폭언뿐만이 아니다. 조종간을 이용해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비행교육 도중 기체를 거꾸로 뒤집거나 급하강함으로써 구토·멀미를 유발하는 이른바 ‘체벌 기동’도 수시로 이뤄졌다고 한다. 기체 손상과 안전사고 우려로 제한하고 있는 동작이다. 자신을 학생조종사라고 밝힌 제보자 A씨는 “매일같이 폭언과 폭행이 이뤄지고 있다”며 “불안감으로 인해 사고가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명에도 위협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학생조종사들은 교육에서 점수를 받지 못할 경우 특기 재분류를 당해 사실상 조종사의 꿈을 이룰 수 없게 된다. 해당 부대에선 교육 이수율이 절반가량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교관들의 가혹 행위가 오랜 기간 이어졌지만 조종사를 포기해야 한다는 공포감에 문제제기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훈련 뒤에도 폭언과 폭행은 그치지 않았다. 상관들은 ‘군기가 빠졌다’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땅에 머리를 박고 뒷짐을 지게 하는 ‘원산폭격’을 시켰다고 A씨는 전했다. 또 가슴을 밀치거나 헬멧, 회초리 등으로 찌르는 행위도 이어졌다. 그는 “폭행 흔적이 남지 않도록 교묘한 체벌이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해당 부대에서는 지난해에도 교수에 의한 폭행이 논란이 되면서 공군이 수사와 감찰에 나선 바 있다.

코로나19로 외출 통제가 심해지면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교육생도 늘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학생들은 PX(부대 매점) 냉동식품이나 배달음식으로만 주말 식사를 해결했다고 한다. 부대에서 학생조종사 50여명을 조사한 결과 90% 이상이 우울증 중증 및 자살위험군으로 집계됐다고 A씨는 주장했다. 생활 여건도 열악해졌다. 부대 적체인원 증가에 따라 일부 대대에서는 좁은 원룸에 교육생 3명이 생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군은 “현재 해당 부대에 폭언 관련 신고가 접수돼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수사 결과에 따라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도한 방역조치에 대해선 “교육 종료 후 학생들이 각 부대로 흩어지는 만큼 강한 통제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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