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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 미스터 봉”… 베니스영화제를 빛냈다

봉준호 감독, 심사위원장 맡아
개막일 “팬데믹이 영화 못 막아”
수상작 발표할 땐 특유의 위트
시작부터 끝까지 분위기 주도

봉준호 감독이 11일(현지시간) 베니스 국제영화제 시상식에 앞서 심사위원장 자격으로 레드카펫에 섰다. AP연합뉴스

제78회 베니스(베네치아) 국제영화제의 문을 여닫은 건 심사위원장을 맡은 봉준호 감독이었다.

개막일이었던 1일(현지시간) 봉 감독은 현지 기자회견에서 “팬데믹이 영화를 멈추게 할 수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영화감독을 포함해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준 고통을 하나의 시험대로 삼자”며 세계 영화계에 희망을 안겼다. 11일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의 ‘팔라초 델 치네마’에서 열린 시상식에선 특유의 위트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장편 경쟁 부문인 ‘베네치아 78’에선 봉 감독이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비롯한 모든 수상작을 발표했다. 이탈리아의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신의 손’(The hand of God)에서 열연해 신인배우상을 받은 필리포 스코티가 수상 후 연단을 내려가는 순간에도 봉 감독이 기지를 발휘했다. 스코티가 엇갈린 동선으로 우왕좌왕하자 “소 큐트”(So cute·너무 귀여워)라는 즉흥 발언으로 좌중의 웃음을 불러오며 상황을 부드럽게 넘겼다.

일부 수상자는 봉 감독에게 애정 어린 인사를 건넸다. 영화 ‘피아노’로 한국에서도 익숙한 뉴질랜드 출신 제인 캠피온 감독은 연단에 올라 가장 먼저 “땡큐, 미스터 봉”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캠피온 감독은 영화 ‘더 파워 오브 더 도그’로 감독상을 받았다.

봉 감독은 “9일간 21편의 영화를 봤다. 힘들면서도 즐거운 날들이었다”며 “행복한 고민이라고 해야 하나. 줄 수 있는 상의 개수가 더 많았다면 더 주고 싶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심사위원 7명이 제각각 관점과 취향을 갖고 있다. 각각의 의견이 꽃을 피우면서 이런 결과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사위원에는 올해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클로이 자오 감독과 이탈리아 출신 사베리오 콘스타조 감독, 프랑스 배우 버지니아 에피라, 캐나다 배우 겸 제작자 사라 가돈, 루마니아 다큐멘터리 제작자 알렉산더, 영국 출신 배우 겸 싱어송라이터 신시아 에리보가 참여했다.

봉 감독이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것은 한국인으로서 처음이다. ‘칸의 남자’인 그는 세계 3대 영화제인 칸·베를린·베니스 중 칸에서만 수상했기에 더 뜻깊은 자리였다.

알베르토 바르베라 베니스영화제 예술감독은 앞서 봉 감독의 심사위원장직 수락에 “베니스영화제의 첫 번째 좋은 소식”이라며 “그는 지금 전 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진실하고 독창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의 열정을 우리 영화제에 쏟기로 해 굉장히 영광스럽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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