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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 2030 NDC, 기업 얘기 좀 듣자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국회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이 지난달 의결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음 달 탄소중립위원회를 통해 2030 NDC를 최종 확정하고, 11월 초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보고할 예정이다. 선언적 성격인 2050 탄소중립과 달리 2030 NDC는 파리협정에 따라 국제법상 법적 구속력이 있고, 올해 목표치를 발표하면 2023년부터 5년 단위로 이행 점검을 받게 된다. 국내적으로도 여러 법정 계획을 통해 규제가 강화되고,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서 유상할당 비율 확대 등으로 직접 영향을 받게 된다.

주요 선진국은 이미 2030 NDC를 상향 조정해 유엔에 제출했다. 2030년까지 유럽연합(EU)은 1990년 대비 55%, 미국은 2005년 대비 50~52%, 일본은 2013년 대비 46% 감축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35% 이상 감축 목표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있지만, 우리 기술 수준과 감축 여력을 제대로 분석해 나온 의견인지 아니면 현실을 도외시한 희망은 아닌지 의문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28.4%로 EU(16.4%) 미국(11.0%)보다 월등히 높고, 탄소중립까지 준비 기간은 EU(60년) 미국(45년)에 비해 훨씬 짧은 32년이다. 2050년까지 연평균 감축률을 산정해보면 우리는 매년 3.1%씩 감축해야 하므로 EU(1.7%) 미국(2.2%)보다 불리하다. 공정한 게임이라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우리의 탄소중립 기술은 최고 수준인 EU와 미국에 비해 아직 80%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핵심 기술인 수소·연료전지,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에서는 상당한 기술 격차가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이런 국가별 책임과 역량 차이를 인정해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과 개별국의 능력(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 and Respective Capabilities)’ 원칙에 따라 온실가스를 줄이도록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2030 NDC 상향 과정에서 얼마든지 우리 현실과 여건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와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은 2060년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해 보다 유리한 상황이다. 자칫 한강의 기적을 뒷받침해 온 국내 제조업 경쟁력이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에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2030 NDC는 2050 탄소중립으로 가는 중간 경로이므로 막연한 이상이 아닌 현실적 전략이 요구된다. 2030년까지 국내 기업이 보유 가능한 감축 수단은 한계가 있고, 혁신기술 개발은 2030년 이후에나 가능하므로 과도한 목표 수립은 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오랜 기간 힘들게 쌓아온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이상적 목표 수립으로 인해 교각살우(矯角殺牛)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기업 얘기를 듣고 많이 반영하기 바란다.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전환부문(36.7%) 목표는 정부가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 이행하면 되지만 산업부문(35.6%)은 민간 영역이므로 업종별로 각 기업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철강·석유화학·시멘트 3개 업종이 2050년까지 탄소를 40% 감축하는 데만 전환 비용으로 400조원이 든다. 현실을 무시한 무리한 목표 설정은 민간의 기본권(재산권)을 침해할 소지도 있을 것이다. 2030년 감축 목표를 일부 상향 조정하더라도 산업 각 부문의 감축 기술 수준과 감축 여력을 면밀히 평가해 합리적인 최종안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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