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사장님의 죽음, 이게 끝일까?” 절망의 자영업자들

보증금 고갈·적자 누적 사례 많아

출입통제선이 설치된 서울 마포구 염리동 한 일식 주점 입구에 13일 국화꽃 한 다발이 놓여 있다. 박장군 기자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염리동 한 일식 주점 입구에는 노란색 출입 통제선이 쳐진 채 흔들리고 있었다. 23년째 가게를 운영했던 A씨(57·여)는 코로나19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지난 7일 자신의 식당 지하 1층에서 세상을 등졌다. 자물쇠로 굳게 닫힌 문에는 ‘천국 가셔서 돈 걱정 없이 사세요’ ‘편히 쉬세요’라고 적힌 메모 2장만 붙어 있었다.

위 사진은 누군가 출입문에 붙여 놓은 메모로, ‘천국 가셔서 돈 걱정 없이 사세요’라고 적혀 있다. 박장군 기자

이곳 식당에는 추모 발걸음이 간간이 이어졌다. 이창호 전국호프연합회 대표도 홀로 찾아와 고인을 추모했다. 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국화꽃 한 다발을 문 앞에 내려놓은 채 지그시 눈을 감고 한참 동안 고개를 떨궜다.

“‘당장 제 일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맴돌아요.” 추모를 마친 이 대표의 첫마디였다. 그는 휴지조각이 널린 텅 빈 가게 안을 연신 쳐다보며 “저도 자영업자다 보니 고인과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요. 언제 또 누가 이렇게 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현실”이라고 씁쓸해했다. 5분 남짓 현장을 지킨 이 대표는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인처럼 돌아가신 자영업자들이 많을 것”이라며 “추석 이후까지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3주가량 더 적용되는데 자영업자만 희생시키는 방역조치”라고 말했다.

A씨 사연이 보도로 알려진 후 온·오프라인에서 추모가 이어지는 가운데 비슷한 처지에 놓인 자영업자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주변에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가 여럿 있지만 유족들이 원치 않아 알려지지 않았다” “영업시간 단축으로 생활고가 심각한데 혼자만 끙끙 앓다가 뒤늦게 (사망 소식이)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등의 하소연이 나온다.

실제 국민일보 취재 결과 자영업자의 안타까운 비극은 올해 초에도 있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초 인천 남동구에서 자영업자 B씨(50대)가 생활고를 호소한 후 숨졌다. 동업자 한 명과 함께 라이브카페·룸 형식의 주점을 운영해온 그는 정부의 유흥시설 집합금지로 인해 아예 영업에 나서지 못해 극심한 생활고를 호소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B씨 지인에 따르면 고인은 평소 주변에 “내가 힘든 건 참겠는데 나로 인해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건 못 참겠다”고 말하며 괴로워했다고 한다. 그는 숨지기 전 술자리에서도 “가족들 생계를 위해서라면 뭐라도 하겠는데, 도무지 방법을 못 찾겠다”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당일 낮에도 지인에게 “살고 싶지 않다”며 고통을 토로했다고 한다. B씨는 빚더미로 통장·카드가 모두 정지돼 당장 하루 쓸 현금도 부족한 상황이었다는 게 중앙회 측의 설명이다.

그런 B씨도 코로나19 사태 처음부터 절망했던 건 아니었다. B씨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처음 적용될 때만 해도 2∼3주 단위로 발표되는 조치가 곧 풀릴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버텨왔다고 한다. ‘유흥시설’로 분류된 유흥·단란주점, 클럽·나이트, 감성주점, 헌팅포차, 콜라텍·무도장, 홀덤펍·홀덤게임장 등은 지난해 3월 이후 사실상 영업이 금지됐다.

그는 하루 13만원짜리 일용직 일거리라도 구해보려 했지만 이마저도 구직자가 몰리면서 쉽지 않았다고 한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갑자기 오토바이를 타는 배달기사로 뛰어들기에도 마땅치 않았다. B씨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텼지만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 결과적으론 희망고문이 됐다.

자영업자들에겐 보증금이 바닥나는 등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꺾여버린 현 상황이 더없이 위태롭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개인회생, 개인파산 신청도 증가 추세에 있다.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다가 한계에 다다르자 불법 대출까지 손대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쌓이는 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보증금은 다 까먹는 상황이다 보니 ‘다시 장사를 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자체가 사라진 상황”이라며 “그러다보니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회 측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서울 구로구, 경기도 안양, 강원도 춘천 등에서 알려지지 않은 자영업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근 자영업자들이 모여 있는 오픈채팅방에서도 한 자영업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보건복지부 1393 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언급하는 관련 상담이 간간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곳곳에서 위험이 감지되고 있지만 생계형 가장이 대부분인 자영업자들은 사정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처지가 수면 위로 잘 떠오르지 않는 이유다. 앞서 언급된 B씨도 유족들이 사망 사실을 알리는 것을 꺼렸다고 한다. 이 때문에 중앙회는 자영업자로서 B씨가 겪은 고통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기자회견도 계획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한 자영업 단체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이 대부분 혼자 영업을 하다 보니 힘든 얘기를 잘 안 하려는 성향이 있다”며 “당사자들이 원치 않아 단체 차원에서도 개별 사례를 공론화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은 영업제한 조치를 풀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전국호프연합회는 A씨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성명을 통해 “국가 경제의 모세혈관인 자영업자를 살려야 할 비상시국”이라며 “손실 보상도 중요하지만 방역 방침의 패러다임을 조속히 전환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달라”고 촉구했다.

박장군 이형민 기자 general@kmib.co.kr

자영업자 목숨 끊은 가게, 무인점포가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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