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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 정보수장이 걸핏하면 구설에 올라서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연일 국내 정치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서다. 이 의혹을 언론에 제보한 조성은씨가 이번 사건이 보도되기 20일 전에 박 원장을 따로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당이 ‘박지원 제보 사주’ 공세에 나선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국가안보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묵묵히 일해야 할 정보기관장이 대선의 한복판에 들어와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박 원장은 야당이 물타기를 하려고 자신을 끌어들인 것이라고 항변하지만 그간 행적을 보면 오해를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박 원장은 지난 2월 국정원 공관으로 조씨를 초청해 만났다. 지난 8월에는 서울 시내 호텔 식당에서도 만났다. 정보기관 수장이 6개월 사이에 업무와 무관한 사람을 두 차례나 만날 정도로 한가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야당이 ‘단순히 그냥 만났겠느냐’고 따지는 것일 테다. 게다가 두 차례 만남이 조씨 SNS에 드러나면서 박 원장 동선이 노출된 것도 한심한 노릇이다. 박 원장이 신중치 못한 언행으로 구설에 오른 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5월 방미 도중 SNS에 워싱턴과 뉴욕을 오간 사실을 스스로 노출해 비판을 받았다. 올 초에는 사기행각을 벌인 가짜 수산업자를 만나고 선물까지 받은 일이 알려져 문제가 됐었다. 원장 취임 전 일이라지만 현역 국회의원 시절에 사기꾼을 만나고 집으로 선물이 배달되도록 한 것도 부적절하긴 마찬가지다.

박 원장의 폭넓은 대인 관계를 탓하자는 게 아니다. 하지만 한 나라 정보수장으로 있는 동안이라도 사적 만남을 자제하고, 언행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런 만남을 갖다가 부지불식간에 민감한 정보가 새거나 자칫 국내 정치에 관여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서다. 또 그런 일로 정치적 시비에 휘말리면 북한이나 해외 파트너들이 얼마나 우습게 보겠는가. 무엇보다 지금은 남북관계가 파탄 직전 상황이다. 호텔 식당에서 사적인 만남을 가질 심적 여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박 원장이 남은 임기만이라도 처신에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국정원장 본연의 임무에 더 충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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