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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그런 댓글, 당신도 쓰고 있나요

김나래 온라인뉴스 부장


종종 독자들의 전화를 받는다. “기사 내용은 틀린 게 없어요. 그런데 기사를 좀 지워주시면 안 돼요?” 무조건 기사 삭제를 요구하는 경우 백이면 백, 이유는 댓글이다. “엄마가 댓글 보고 너무 충격을 받으셨어요. 놀라셔서 지금 약을 드시고 있어요.” 심지어 좋은 일을 해서 인터뷰를 한 기사인데도 내려 달라고 할 때가 있다. “댓글로 시비 거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냥 지워주면 좋겠습니다.”

기사는 기자가 쓰지만 댓글은 네티즌이 단다. 문제가 되는 건 포털에 달린 댓글이다. 처음엔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니 댓글에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설득해봤다. 정도가 심한 댓글이 많은 경우 ‘아예 보지 마세요’라고도 해봤다. 하지만 댓글을 보고 놀란 사람들의 요구는 단호하다. “그냥 지워주세요.” 댓글에 태연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럼에도 댓글을 유심히 본다. 코로나 시국에 댓글만큼 타인의 생각을 쉽게 만날 수 있는 통로도 없기 때문이다. 읽는 재미도 있다. 자기 일처럼 관심 갖고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는 사람, 원래 글에선 다뤄지지 않은 포인트를 날카롭게 짚어내는 사람, 귀담아들을 만한 반론을 제시하는 이도 만날 수 있다. 반면 “우와, 대체 이 사람 머릿속에는 뭐가 들었을까.” “하루 종일 이런 유의 글만 쓰는 삶은 과연 어떤 걸까.” 그렇게 읽는 이를 심란하게 만드는 댓글도 적잖다. 요즘도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나 싶은 지역 차별 발언이나 성별을 이유로 무시하는 표현을 버젓이 쓰는 이들도 여전히 많다.

그런 유의 고전적인 혐오 표현은 요즘 부쩍 늘어난 라이더나 택배기사 등을 향한 혐오 댓글에 비하면 약과다. 그들을 향한 댓글을 읽다 보면 지나가다 영문도 모른 채 오물을 뒤집어쓴 듯한 기분마저 들어 힘들다. 최근 서울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숨진 배달원 기사엔 한 인간의 죽음 앞에서 어떻게 이런 혐오를 쏟아낼 수 있을까, 싶은 글들이 넘쳐났다. 오죽하면 유족을 대신해 민주노총 서비스 일반노조 배달서비스 지부에서 “악플과 조롱을 멈춰 달라”고 당부를 했을까.

어째서 사람들은 이렇게 상대에 대해 쉽게 판단하고 욕을 하는 걸까. 현실 세계에선 내뱉지 못할 말들을 온라인에선 이렇게나 거침없이 쏟아낼 수 있을까.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그들을 쓰레기 취급하며 조롱해도 된다는 생각은 어디서 오는 걸까. 지지하지 않는 정치인을 향해 교묘하게 사실인 양 허위정보를 가져와 공격하고, 자기가 미는 대선주자를 위해선 말도 안 되는 논리를 앞세워 두둔하는 행태를 왜 그치지 못하는 걸까.

서울대 최인철 교수는 ‘타인의 정신세계도 깊다’는 칼럼에서 적을 인간보다 못한 존재로 폄하해 그 적을 향한 공격에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악마화’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자기 자신은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내적 동기에 따라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만 타인은 동물적이고 신체적인 동기에 의해 행동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비인간화’의 일종인 ‘악마화’는 유별난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일상 속에 편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댓글로 모욕죄 등 형사처벌을 받은 이들의 상당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입에 담지 못할 수준의 댓글 테러범을 잡고 보니 너무 멀쩡한 사람이라 더 소름 끼쳤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온라인에서 마주치기 끔찍한 ‘혐오 댓글러’가 주변의 좋은 사람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채 살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니 댓글 쓰기 전, ‘당신도 분명 나와 같은 사람이겠지요’라는 생각을 한 번만 더 해 보면 어떨까.

김나래 온라인뉴스 부장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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