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2074억 과징금… 국내외 빅테크와 전쟁

구글, 변형 OS 탑재 철저히 차단
세계 모바일 OS 시장 97.7% 점유
기기제조사 혁신 기기 출시 못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구글엘엘씨 등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관련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 조치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국내외 빅테크 기업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금융 당국과 경쟁 당국이 국내 플랫폼 사업자 ‘빅2’인 카카오와 네이버를 연일 압박하는 와중에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구글에 대해 2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세 기업의 공통된 혐의는 정보기술(IT) 실력을 등에 업고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시장 경쟁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최근 당국의 IT기업 규제 강화는 과거 재벌 규제 강화와 비슷한 양상이다. 빠른 산업화를 위해 재벌의 폐해를 묵인하다가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으로 재벌규제책을 내놓은 것과 비슷하게 혁신을 통한 IT 생태계를 진흥한 데 따른 부작용을 제어할 필요성이 대두됐다는 것이다.

역대급 과징금, 구글 규제 신호탄

공정위는 이날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 자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탑재를 강요한 혐의로 구글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74억원을 부과했다. 2016년 구글에 대한 직권조사에 착수한 지 5년 만에 내린 결론이다.

구글은 2011년부터 제조사와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계약 및 OS 사전접근권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전제조건으로 ‘파편화 금지계약(AFA)’을 반드시 체결하도록 강제했다. AFA에는 제조사가 출시하는 모든 기기에 안드로이드를 변형한 ‘포크 OS’를 탑재할 수 없고, 직접 포크 OS를 개발할 수도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울러 구글은 앱 개발 도구(SDK) 배포를 금지함으로써 경쟁 앱 생태계 출현 가능성을 차단했다.


공정위는 구글이 일종의 ‘사설 규제 당국’ 역할을 했다고 표현했다. 구글의 반경쟁행위에 아마존·알리바바 등 모바일 OS 사업은 모두 실패했고, 기기 제조사는 새로운 서비스를 담은 혁신 기기를 출시할 수도 없었다. 그 결과 2010년 모바일 OS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38%였던 구글은 2019년 97.7%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됐다.

구글 제재는 유럽연합(EU)에 이어 2번째다. 2018년 EU 경쟁 당국은 AFA 등 구글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 43억4000만 유로(약 5조6000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이번 공정위 제재가 EU 제재와 다른 점은 스마트폰·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뿐 아니라 기타 스마트기기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한 행위까지 포괄적으로 봤다는 것이다.

전쟁은 이제 시작

공정위는 구글과 관련해 앱마켓 경쟁제한 건, 인앱결제 강제 건, 광고시장 관련 건 3개 사건에 대해서도 조사와 심의를 이어가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해서도 규제를 옥죌 방침이다.

공정위는 카카오와 네이버가 총수 일가 사익편취 등 제조업 재벌들의 잘못된 행태를 닮아간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들의 지배구조 및 독점행위 등 몇 가지 혐의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플랫폼공정화에 관한 법이 통과될 경우 빅테크 기업 규제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날 구글사건 브리핑에서 “공정위는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 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행하는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서는 국내외 기업 간 차별 없이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흔들리는 카카오, 상생 카드 효과 있을까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문어발식 사업 확장 등으로 규제 타깃이 된 카카오는 이날 상생안을 내놨다. 공정위의 규제 칼날이 턱밑까지 들어오자 한발 물러난 모양새지만, 향후 풀어가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카카오는 5년간 3000억원 규모의 상생 기금을 마련해 플랫폼 종사자·소상공인 등 파트너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기로 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있었던 사업에 대해선 계열사 정리 및 철수를 검토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업 고객 대상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를 철수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돈을 더 내면 배차를 빨리 해주는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폐지하기로 했다. 택시기사 대상 프로멤버십 요금은 월 3만9000원으로 인하하고, 대리기사 수수료도 20% 고정 수수료에서 0~20%의 변동 수수료로 변경할 예정이다. 가맹 택시 사업자와 상생 협의회를 구성해 건강한 가맹 사업 구조 확립을 위한 논의도 진행한다.

카카오의 2대 주주이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가족 회사로 알려진 케이큐브홀딩스는 미래 교육, 인재 양성 등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기업으로 전환한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최근 자료 누락, 금산분리 위반 등에 대해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정부는 물론 소상공인, 택시기사 등을 적으로 돌리지 않기 위해 한발 뒤로 물러난 것으로 봤다.

하지만 빅테크 규제 우려가 지속되며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날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네이버는 이날 장 초반부터 급락해 1.35%(5500원) 내린 40만2500원에 마감했다. 카카오도 전날 대비 0.40%(500원) 내린 12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 종목 모두 장중 각각 40만원선, 12만원선을 내주기도 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양한주 김지훈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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