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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일상 속 코로나’ 전환 절실

김재중 사회2부 선임기자


공부를 잘했던 학생은 건설회사에 다니는 아버지가 번번이 월급조차 받아오지 못하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쌀독은 바닥을 자주 드러냈고 그럴 때면 어머니와 함께 이모집에 돈을 빌리러 다녀야 했다. 생계가 막막했던 어머니가 미싱 한 대를 집에 들여놓고 박음질을 시작하더니 일감이 많아지자 미싱이 두 대, 세 대로 늘어났다. 어머니는 서울 남대문시장에 작은 가게까지 냈다. 그제서야 어머니는 고교 2학년 아들을 불러 “이제 너도 학원에 다녀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아들은 학원을 처음 가게 됐고 대학에 가선 어머니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열심히 공부해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사석에서 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성장기다.

그는 어머니가 미싱 일로 생계를 꾸리는 것을 보며 자영업의 위력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 4월 10년 만에 서울시에 복귀해 ‘서울형 상생방역’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데는 자신의 성장 배경도 작용했으리라 생각된다. 상생방역은 자영업자에 대한 일률적 영업 제한에서 벗어나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영업시간 등을 탄력적으로 적용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오 시장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률적인 규제 방역이 아니라 민생과 방역 모두 지키는 상생방역으로 패러다임을 바꿔가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 경우처럼 지금도 자영업으로 생계를 꾸리는 가정이 많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23년간 맥줏집을 해온 50대 자영업자가 계속되는 영업 제한으로 매출이 급감하자 원룸 보증금을 빼서 직원 월급을 주고 생을 마감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8일 차량시위를 벌인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다중이용시설의 확진자 발생 비율이 20%에 불과한데 정부는 1년6개월간 자영업자만 때려잡는 방역 정책만 폈다”고 항변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1년6개월간 자영업자들이 66조원이 넘는 빚을 떠안았고 45만3000개 매장이 폐업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25~30일 소상공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현 방역 체계가 지속될 경우 63%는 휴폐업을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5개 중소기업·소상공인 단체는 방역수칙은 엄격히 적용하되 경제 활동을 최대한 보장하는 ‘위드(with) 코로나’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인원과 시간을 제한하는 직접 규제는 최소화하고 감염 고위험·저위험 시설을 구분하는 선별적 방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방역 당국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방역 체계 전환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일상 속 코로나’ 전환이 절실한 이유는 또 있다. 심각한 학력 격차다. 전면적인 등교가 이뤄지지 않고 온라인 수업이 지속되면서 공교육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 학생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고 부모 소득에 따른 학력 격차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방역 당국은 10월 말까지 전 국민의 70% 이상이 2차 접종을 완료하면 11월부터 단계적인 일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건복지부의 대국민 인식 조사에서도 73.3%가 일상 속 코로나 전환에 동의했다. 관건은 접종률이다. 일상으로 조속히 전환하려면 접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덴마크는 전 국민의 74%가 접종을 완료하고 단계적으로 일상을 회복했다.

추석 연휴가 마지막 고비다. 수도권 확산세가 귀성객 동선을 따라 비수도권으로 번지지 않도록 이동과 만남을 자제해야 한다. 동영상으로 소식을 전하는 ‘랜선 귀성’도 고려해볼 만하다. 아쉽겠지만 그것이 부모님과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현명한 길이다.

김재중 사회2부 선임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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