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더 팔라” 폭행· “방역위반 신고” 협박… 코로나, 범죄도 바꿨다

“마스크 써달라”는 공무원에 흉기 등
1300여건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
유흥시설 불법영업 특별단속
10주간 5896명 적발하기도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생활 속 범죄의 양상도 달라지고 다. 지난 2년간 전국 곳곳에서는 마스크 착용 문제를 두고 충돌이 자주 발생했다. 욕설은 물론이고 폭행과 공무집행방해로 이어진 경우도 많았다. 정부의 거리두기 방역지침을 이유로 손님과 업주 간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빚어진 이러한 행위들을 ‘반(反)방역적 폭력 행위’로 규정하고 다음 달까지 집중단속에 착수했다. 마스크 착용 시비나 방역지침 관련 불법행위 등 ‘코로나 범죄’들이 단순히 방역을 방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민들의 불안과 고충을 가중시킨다는 판단에서다. 방역의 빈틈으로 꼽히는 유흥업소들에 대한 불법 영업 특별단속도 계속할 방침이다.

‘NO마스크’ 시비 2000건

코로나19와 함께 마스크 착용은 새로운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는 지난해 5월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3개월 뒤부터는 실외에서의 마스크 착용도 의무화했다. 하지만 시행 이후 전국에서 마스크 착용을 둘러싼 갈등이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월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버스 기사와 승객들을 폭행한 혐의로 30대 여성 A씨가 경찰에 구속됐다. A씨는 전남 무안군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담배를 피우며 버스에 오르다 제지당했다. A씨는 “마스크를 써 달라”는 버스 기사의 요구에 격분해 버스 기사의 머리를 수차례 때렸다. 또 버스에 있던 비상용 망치로 유리창을 깨고, 승객을 향해 소화기를 뿌리는 등 난동을 부렸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음주 상태에서 난동을 부린 것으로 조사됐고, 경찰은 A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이나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폭력에도 마스크 시비가 있었다. 지난달에는 경기도 광명의 시민체육공원에서 50대 남성 B씨가 마스크를 써 달라고 요구하는 공무원 3명을 흉기로 위협하고 달아났다. B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상대로도 흉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렸고, 결국 경찰이 쏜 테이저건을 맞고 체포됐다. 경찰은 B씨를 특수협박, 특수폭행,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시작된 지난해 5월 이후 지난달까지 15개월 동안 전국에서 마스크 착용 관련 시비로 접수된 사건은 1998건으로 집계됐다. 한 달에 130건 수준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312건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폭행 및 상해 혐의가 609건(46.4%)으로 가장 많았다. 업무방해, 공무집행방해, 협박 등의 혐의가 적용되기도 했다.

“왜 가게 문 일찍 닫나” 업주 폭행

마스크 착용 시비 외에 거리두기나 영업제한 등 방역수칙을 둘러싼 갈등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부 지침에 따라 일찍 가게 문을 닫은 술집 주인에게 화풀이를 하거나 방역수칙 위반으로 신고하겠다며 업주를 협박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 1월 30대 남성 C씨는 오후 9시에 이미 영업을 종료하고 가게를 마감하던 술집에 들러 “돈을 줄 테니 술을 더 팔라”며 업주를 수차례 폭행했다. 만취 상태였던 C씨는 출동한 경찰관을 상대로도 욕설을 하며 난동을 부렸다. 결국 경찰은 C씨를 폭행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방역수칙 위반 사실을 신고하겠다며 식당 주인을 협박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충북 청주의 한 식당 주인은 지난 5월 손님 D씨로부터 음식값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D씨가 5차례에 걸쳐 108만원 정도를 주문하고 계산하지 않았지만 주인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D씨가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지 않고 손님을 받았으니 신고하겠다”고 협박했기 때문이다. 식당 주인은 금액이 많지 않은 데다 손님의 보복이 우려돼 경찰에 신고를 주저했다. 범죄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주인을 설득해 피해 진술을 받아냈고, 결국 D씨는 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주변의 피해 사실에 대해 적극적으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방역의 빈틈, 유흥업소 불법 영업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단속에도 불구하고 불법 영업을 지속하는 유흥업소는 감염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3밀(밀폐·밀접·밀집) 환경의 유흥업소가 몰래 영업할 경우 코로나19 감염 확산은 물론이고 감염경로 파악에도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실제 방역 당국은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깜깜이 확진자’가 크게 늘면 유흥업소를 발원지로 의심한다고 한다. 방역 당국이 경찰에 강도 높은 단속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유다.

경찰은 지난 7월부터 10주 동안 유흥시설 불법 영업 특별단속을 실시해 852건 5896명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으로 적발했다. 하지만 변칙 영업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유흥업소들의 영업 행위는 단순한 불법 영업이 아니라 전체 사회의 방역을 위협하는 이기적인 행위”라며 “강도 높은 단속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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