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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스모킹 건

김의구 논설위원


연기가 나고 있는 총이라는 뜻인 ‘스모킹 건’은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의미한다. 총격 사건 현장에서 연기가 나는 총을 들고 있다면 결정적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스모킹 건의 유래는 셜록 홈스가 대학생 시절이던 때를 배경으로 한 코넌 도일의 단편 ‘글로리아 스콧 호’(1893년)로 알려져 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윌리엄 새파이어는 2003년 1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검증을 실시했던 유엔사찰위원장 한스 블릭스가 “어떤 스모킹 건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 언급과 관련해 글을 쓰면서 이 소설을 인용했다. “우리는 선장실로 달려갔다. 선장은 대서양 항해도에 머리를 댄 채 쓰러져 있었고, 사목은 연기 나는 권총(smoking pistol)을 들고 있었다.” 새파이어는 스모킹 건이 이 문구에서 나왔다고 소개했다.

스모킹 건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워터게이트 사건 때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가 진행 중이던 1974년 7월 언론인 로저 윌킨스는 사건을 조사 중인 미 하원 사법위의 최대 관심사를 “스모킹 건은 어디 있나?”라고 표현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백악관 집무실에 모든 대화가 녹음되는 비밀장치가 있다는 증언이 나오자 특검이 증거 제출을 요구했지만 닉슨은 비밀 보장 행정특권을 내세워 버텼다. 결국 연방대법원이 대통령도 헌법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린 끝에야 테이프가 제출됐고 닉슨이 CIA에 수사 방해를 지시하는 내용이 확인됐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민군합동조사단이 해저에서 찾아낸 알루미늄 네 조각은 스모킹 건 역할을 했다. 이 조각은 어뢰의 구성물이며 한국 무기에서 쓰지 않는 재질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대선 경쟁이 격화하며 의혹 제기나 폭로가 잇따르자 이 용어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고발 사주’ 의혹과 정치 공작 의혹이 치열한 논쟁의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스모킹 건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결정적 한 방’이 확인돼 정치 공방이 잦아들지, 아니면 그저 의혹에 그치고 말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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