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노래방·구내식당의 절규… 최고 급감한 업종 타격

통계로 본 위기의 자영업

지난 1일 서울시와 자치구 방역 합동팀이 학생밀집지역인 성동구의 한 코인노래방에서 방역지침 준수 여부 등을 점검하고 있다. 국민일보가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을 통해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100대 생활 밀접업종 중 간이주점과 호프, 노래방 등이 사업자가 크게 줄어드는 등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코로나19가 생활 밀접업종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간이주점과 호프 전문점, 구내식당, 예식장, 노래방 등 한때 민생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던 업종들이 사라지고 있다. 웬만한 번화가 아니고선 간판을 찾기도 힘들고, 매장을 찾더라도 실제 영업하는 곳이 드물다. 업주들은 쌓이는 적자에 ‘투잡’을 뛰거나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빚에 매달리는 삶에 익숙해지고 있다.

15일 국민일보가 2018년 5월~2021년 5월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을 통해 100대 생활 밀접업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1년 새 간이주점과 호프가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정부의 고강도 거리두기 방침 탓에 저녁 장사가 봉쇄되며 매출 자체를 올리기 힘든 상황이다.

2019년의 경우 간이주점 사업자가 1만6108명에서 1만5208명(5.59%)으로 줄어들며 증가율 하위 5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지난해엔 간이주점이 -11.15%(1만5208명→1만3512명), 호프 전문점이 -8.5%(3만4400명→3만1476명)로 감소율이 뛰더니 지난 5월엔 각각 -14.06%(1만3512명→1만1612명), -11.55%(3만1476명→2만7840명)로 감소세를 확 키웠다. 정부의 4단계 거리두기 방침이 장기화하면서 10명 중 1명 이상이 업장 문을 닫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연도별 증가율 하위 5개 업종을 살펴보면 2019년엔 예식장(-7.88%), 구내식당(-7.39%), 담배가게(-7.35%), 실외골프연습장(-5.71%), 간이주점 순이었다. 2020년엔 실외골프연습장이 빠지고 그 자리에 호프 전문점이 내려앉았다. 올 들어선 담배가게가 빠지고 빈자리를 노래방(-5.21%)이 채웠다. 간이주점과 호프가 이른바 저녁 ‘2차’산업이라면 노래방은 ‘3차’ 산업인만큼 거리두기 규제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올해 여행사(-4.49%·하위 6위), 목욕탕(-4.34%·7위), 피시방(-3.29%·10위) 등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강동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A씨는 “아들이 있었다면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군대라도 보냈을 텐데, 대학생 딸 둘이 있어 그러기도 쉽지 않다”며 “얼마 전 큰딸이 술 한잔하자고 해 얘기해 보니 ‘휴학계를 내겠다’고 해서 눈물 바람으로 말렸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어려워도 자녀의 학업을 중단시킬 순 없었다”며 “살림만 하던 아내가 최근 밖에서 일을 구해서 벌이를 보태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A씨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당시에도 운영하던 곳 세 곳 중 한 곳을 폐업했었지만, 피해 상황은 그때와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A씨는 “메르스 때는 2~3개월 정도 ‘짧고 굵게’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길고 굵게’ 고통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새로운 문화에 도전하고 싶다’는 희망으로 사업을 시작한 A씨는 이제 “부디 자영업자를 코로나19 최대 희생양으로 만들지 말아 달라”고 읍소하는 처지가 됐다.

여행사들도 최악의 상황을 견디고 있었다. 한국여행업협회는 지난해 4월부터 여행업 통계를 집계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여행사 매출이 거의 ‘0’에 수렴해 집계할 의미가 없다”며 “심지어 매출 등 기본적인 실적을 취합할 인력조차 없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껏 여행업은 외화 획득도 하고, 세금까지 꼬박꼬박 내면서 국가에 보탬이 된 산업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 상황은 암담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6년 전부터 코인노래방을 운영한 김익환(34)씨는 코로나19 이후 영업장 1곳을 제외하고 모두 폐업했다. 이곳마저 적자가 감당이 안 돼 문을 닫을지 고심하고 있다. ‘코인노래방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김씨는 “창업 박람회에서 무인(無人) 가게를 장려하는 것을 보고 자신감을 갖고 시작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악화될지 꿈에도 몰랐다”며 “힘든 업주들이 굉장히 많다. 죽겠다는 소리가 매일 들린다”고 전했다.

피해 업종에 속한 자영업자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표현은 “죽겠다”였다. 정부의 코로나19 금융 지원은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긴급 대출의 경우 오히려 향후 상환 문제가 걱정이다. B씨는 “정부가 해주는 대출도 결국 빚”이라며 “상황이 나아질 게 확실하면 빚을 내서라도 버티겠는데, 그건 아무도 모르지 않나”고 말했다. A씨는 “지금 매출로는 도저히 대출을 상환할 시간과 여건이 안 된다. 빚을 내서 빚을 갚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피해 업종과 수혜 업종은 극명하게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100대 업종 가운데 코로나19 수혜를 입은 곳은 통신판매업과 교습소·공부방, 커피전문점 등이다. 온라인 쇼핑몰 등 통신판매업은 2019년 20.7%, 지난해 24.29%가량 늘었고, 지난 5월 기준으론 34.78% 증가하며 증가율 1위를 차지했다. 교습소·공부방은 올해 19.37% 늘며 3위를 기록했다. 2019년 11위, 2020년 8위에서 순위가 급등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학원 폐업은 늘어났지만, 1인 과외나 소규모 공부방 위주인 교습소·공부방은 오히려 증가한 덕분이다.

코로나19 이후 커피 배달 시장이 형성되고, 프랜차이즈 확장이 지속되면서 커피 전문점은 3년간 각각 18.69%, 16.32%, 16.81% 늘어나며 역시 상위권에 올라섰다.

강준구 조민아 김지훈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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