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사설

[사설] 국제사회 비웃음 살 언론중재법 개정 강행해선 안 돼

휴먼라이츠워치(HRW) 등 4개 국내외 인권단체들이 16일 언론중재 및 피해자 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담긴 독소 조항 삭제를 권고하는 서한을 청와대와 국회에 보내왔다. 개정안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쏟아지는데도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자 행동에 나선 것이다.

HRW 등은 의견서에서 “개정안은 표현의 자유, 정보의 자유 및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저해하고 언론의 비판적 보도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는데 공감한다. 이들 단체는 허위·조작 보도를 이유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조항과 ‘진실하지 않은’ 등의 이유로 언론 보도를 차단할 수 있도록 한 조항들을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꼽았다. 징벌적 손배 조항과 관련해서는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정의가 모호해 남용의 여지가 있고 언론사가 소송을 유발할 수 있는 보도를 피하려고 자기검열을 하면 비판적 보도 등을 제한할 잠재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진실하지 않은 내용’에 대해 열람차단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 조항에 대해선 “단순히 허위라는 이유로 표현을 제한하거나 처벌할 수 없다고 규정한 국제인권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열람차단권이 비판적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몰아붙여 열람을 막는 데 악용될 수 있다.

국내외 언론단체와 학자들이 이런 문제점들을 누차 제기했고,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까지 우려를 표명했는데도 민주당은 개정안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우려스럽다. 현행법으로도 피해를 구제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있는데 무리수를 둬가며 과잉 입법에 매달리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개정안이 언론의 비판 기능, 권력 감시 기능을 위축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역효과를 낳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민주당은 27일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를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본회의 상정에 합의했어도 여야 간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야 의원과 민간 전문가 등 8인으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충실한 논의를 통해 독소 조항을 걸러내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건 무책임하다. 언론 자유를 후퇴시킨 정부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면 적극 나서야 한다. 언론중재법이 이대로 처리되면 국제사회로부터 한국은 언론 자유 후진국이란 비웃음을 사게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