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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포럼] 정부의 노동에 대한 태도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


최근 야당 대선 후보 사이에서 노동 문제 특히 민주노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열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 긴급명령권을 발동해서라도 강성 귀족노조의 패악을 막고 노동 유연성을 높이겠다는 후보도 있고, 더 나아가 이들을 자유시장의 암적 존재로 묘사하며 척결을 다짐하는 후보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보수적이라기보다 전근대적이다. 민주노총이 잦은 불법 행위와 투쟁 일변도 노선 때문에 질타를 받고는 있지만 모든 노동 문제가 민주노총 때문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잘못이다. 유승민 후보만 하더라도 노조와 사회적 대타협을 못하면 한국은 한 발짝도 앞으로 갈 수 없다며 대화와 타협을 다짐했고, 윤석열 후보도 노동 유연성이 필요하지만 임금 개혁이 먼저지 쉬운 해고가 능사는 아니라는 타협적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노동에 대한 토론이 거의 없는 것은 의외다. 노동계는 ‘노동이 없는 대선’을 걱정하며 대책을 가다듬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7월의 불법 집회로 위원장이 구속까지 됐지만 10월에 비정규직 철폐와 일자리 국가 보장을 내걸고 총파업을 강행할 예정이다. 한국노총은 유력 대선 후보들과의 간담회를 연달아 열고 정책팀을 가동해 대선에서 요구할 정책 메뉴를 확정했다. 재계도 그냥 있지는 않을 것이다. 여야 후보가 맞붙을 연말 즈음에는 노동 이슈를 둘러싼 뜨거운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어떤 후보도 노조와의 전면전을 공언하지는 않겠지만, 문재인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쏟아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정책에서 과도하게 친노동으로 흘렀다. 양 노총 지도부에도 촛불정부의 국정 파트너로 협력하며 함께 가자고 여러 차례 손을 내밀었지만 기대했던 사회적 대타협은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오히려 정권 후반기로 접어들며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문 대통령 역시 민주노총 행태를 직접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양경수 위원장에 대한 법 집행을 지켜만 봤다.

문재인정부의 노동에 대한 태도는 과거 진보 정부의 전략적 선택과 능동성에 비해 좀 편향적이었다. 김대중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회적 대타협을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성사시켰고, 노무현정부는 노조 지도자들이 타협할 용기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일정한 거리두기로 태도를 바꿨다. 다음 정부는 아마도 전략적 거리두기(arm's length relationship)를 기조로 삼되 미래의 노동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대처로 노조를 견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 민주노총은 적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다. 불만이 많고 투쟁에 능하지만 타협에는 미숙한 노조일 뿐이다. 정부는 불법 행위에 대해선 엄정해야 하지만 적극적 대화 자세는 견지해야 한다. 민주노총도 내부로부터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10월 총파업을 공언하지만 산하의 주력 사업장인 현대자동차나 서울교통공사, 보건의료 노조들은 이미 파업 없이 타협적으로 교섭을 끝냈다. 또한 노조 안에서도 MZ세대가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선 새로운 유형의 사회적 타협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어차피 민주노총의 불합리한 행태는 정부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시정돼야 한다.

시대적 상황으로 보면 대선 후보들이 귀족노조만을 놓고 갑론을박하기보다는 노조도 조직하지 못하고 각종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를 위한 적극적 고용 전략을 중심으로 토론해야 한다. 다음 정부의 최우선 과제도 코로나 이후의 고용 회복과 불평등 완화일 수밖에 없다. 디지털과 플랫폼으로 시작된 변화는 코로나 위기를 거치며 가속도가 붙어 기존의 노동 규범으로 묶이지 않는 비정형적 고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들을 일률적으로 기업 단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는 정책은 고용시장의 변화에 역행하는 발상으로 이미 여러 차례 확인했듯이 성공할 수 없다. 각종 플랫폼 노동과 특고, 엔터테인먼트나 SW산업 종사자, 청소와 시설관리 노동자 등은 업무 특성상 꼭 특정 업체 정규직이 아니더라도 업종 단위로 사회적 정규직화를 시도할 수 있다. 업종 단위 노동공제회를 통해 표준적 임금과 근로조건을 설정하고 체계적 교육과 경력 관리를 제공하는 방안이 더 미래지향적이다. 최근 일각에서 거론하는 노동회의소나 한국노총이 최근 설립한 한국노동공제회를 이런 방향으로 더욱 발전시키면 좋을 것이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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