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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데이트 폭력 처벌 강화하라

장지영 문화스포츠레저부 선임기자


최근 많은 사람을 분노하게 만든 ‘마포구 데이트 폭력 사건’은 여느 데이트 폭력 사건과 마찬가지로 잊힐 뻔했다. 피해자가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혼수 상태 끝에 사망한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7월 25일. 사흘 뒤 피해자가 의식불명에 빠진 상태에서 경찰은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 사실은 지난달 6일 모 일간지 온라인 단신 기사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첫 보도 당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사건은 피해자가 3주간의 혼수 상태 끝에 사망하고 일주일 뒤인 지난달 24일 피해자의 어머니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주목받게 됐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가해자 구속 수사와 신상 공개를 촉구하는 한편 데이트 폭력 가중처벌법 신설을 촉구했다. 이어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죽은 딸의 얼굴과 이름까지 공개하면서까지 가해자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절규했다.

결국 경찰은 가해자에 대해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지난 13일 재신청했고, 다음 날 법원은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이후에도 피해자 오빠로 추정되는 지하철 기관사가 16일 안내방송으로 “가족이 데이트 폭력으로 사망했는데,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으니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하는 등 유족은 데이트 폭력 가중처벌법 신설을 위해 애쓰고 있다.

이번 마포 데이트 폭력 사건을 계기로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폭행·상해, 체포·감금·협박, 성폭력 등 데이트 폭력으로 검거된 가해자는 4만7528명에 달한다. 2016년 6483건, 2017년 9378건, 2018년 1만2212건을 기록한 신고는 2019년 1만2615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1만2256건으로 다소 줄었다. 실제 데이트 폭력 건수는 신고하지 않는 사례들을 고려할 때 이보다 몇 배는 많을 것이다. 그리고 같은 기간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입건된 데이트 폭력 가해자는 227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6년 52명, 2017년 67명, 2018년 42명, 2019년 35명, 2020년 31명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데이트 폭력을 가볍게 보는 경향이 강해서 수사기관은 남녀 문제로 보고 관대하게 처분했다. 전문가들은 용어 자체가 폭력의 심각성을 약화하는 만큼 ‘파트너 폭력’ ‘교제 폭력’ 등으로 고쳐야 한다고 지적할 정도다. 지난 5년간 데이트 폭력으로 형사입건된 4만7755명 중 구속된 인원은 겨우 4.2%(2007명)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경찰에서 풀려난 지 수시간 만에 남자친구가 여성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끊이지 않는 데이트 폭력 사건에 대해 대책 마련을 적극 촉구하는 것은 피해자의 가족들이다. 매년 잔혹한 사건이 발생한 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데이트 폭력 특례법과 피해자보호법을 만들어 달라는 가족들의 글이 올라온다. 데이트 폭력에 대해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적극 대처하지 못하는 것과 함께 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탓에 결과적으로 강력범죄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의 청원은 반짝 주목을 받고는 금세 잊혔다.

2016년 ‘데이트 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이 처음 발의된 이후에도 데이트 폭력에 대한 독자적 형사제재 필요성과 함께 법안이 4차례나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하지만 마포 데이트 폭력 사건을 계기로 이번에는 꼭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길 고대한다.

장지영 문화스포츠레저부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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