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파산 위기’ 원인 제공한 중국 정부, 약도 줄까

과다차입 제동… 부동산 과열 막아
시스템 위기 확산되지는 않을 듯

상하이의 헝다그룹 사옥.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헝다그룹 위기가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긴 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식으로 흐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그간 부채를 끌어모아 고속 성장을 해온 부동산 시장의 폐해를 막기 위해 규제의 고삐를 죄는 과정에서 헝다의 부실이 드러난 것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헝다의 질서 있는 디폴트(채무불이행) 등에 개입하면서 금융 부실 파장을 억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시진핑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는 ‘공동부유’ 정책을 모토로 최근 빅테크 규제를 필두로 사교육 시장, 연예산업 및 게임산업 규제 등을 밀어붙이는 것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수십년 지속된 집값 상승을 서민 부담을 키워 출산율을 낮추는 등 중장기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보고 부동산 규제에 나선 것이다.

지난 1월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8%대로 예상한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비해 훨씬 보수적인 6%대로 잡은 것은 이런 부작용을 감안해 정책 기조를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최근 한국 정부의 각종 금융권 대출 규제가 가계의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누르는 차원이라면, 중국의 정책은 부동산 개발회사의 과도한 차입에 제동을 걸어 공급 측면에서 시장 과열을 식히려는 시도다. 지난해 8월 발표한 ‘Three red lines’(3가지 비율을 기준으로 하는 레버리지 제한규정) 법칙이 그 핵심 수단이다. 이 중 하나가 각 회사 부채가 자산 대비 70%를 초과하면 안 된다는 규정으로 중국 내 대형 건설사 100곳 중 이를 충족하는 곳은 11곳에 불과할 정도로 강력하다.

특히 수년간 부동산 시장 호조세를 타고 부채를 급격히 늘리고 선지급식의 무리한 영업을 해 온 2위 부동산 재벌 헝다가 이 규제에 제대로 걸려든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투자자들이 약 150만개의 부동산에 대해 계약금을 헝다에 선지급한 것을 보면 과다한 레버리지를 이용한 차입 경영이 극에 달했음을 엿볼 수 있다. 따라서 헝다 위기는 금융위기 당시 리먼브러더스 부실처럼 쉬쉬하다가 갑자기 불거진 게 아니라 해당 규제가 발효된 지난 1월부터 서서히 드러났다. 홍콩거래소에서 지난 1월 25일 16.82달러였던 헝다 주가는 22일 현재 2.3달러로 86% 추락했다. 헝다는 유동성이 막히자 보유 부동산을 헐값에 처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선전 등 주요 도시의 주택 매입이 20%나 줄어드는 등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만 헝다의 디폴트가 본격화될 경우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당장 23일 도래한 채권 이자를 갚겠다고 했지만 아직 연말까지 달러 표시기준 6억 달러가량의 이자를 더 갚아야 한다. 국제금융센터는 헝다 사태가 중국 내 은행권의 부실채권비율(NPL)을 1~1.7% 포인트 끌어올리는 등 금융권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측했다.

또 유통 중인 200억 달러 규모의 달러 표시 헝다채권은 아시아 하이일드 채권의 11%로 가장 큰 규모다. 지난 6월 현재 선판매했으나 아직 인도되지 않은 주택은 20만채가량인 것으로 추정된다.

헝다의 부채 3000억 달러(355조원) 규모 자체로는 중국 내 은행 총대출 규모의 0.24%에 불과해 시스템 위기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22일 “중국 정부의 규제 목적은 헝다와 같이 문어발식 투자를 단행한 부동산 업체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위한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헝다 부실이 부동산분야를 넘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할 우려가 발생할 경우다. 중국 내 부동산 경제는 전체 경제의 28%나 차지하는 데다 특히 지난해 성장률 기여도가 7.3%로 10년 전의 2.3%에 비해 3배 이상으로 커졌다. 중국 채권 등에 투자한 월가 투자은행들이 부동산 업계가 무너지면 금융 시스템에 큰 충격이 가해질 것이라며 중국을 간접 압박하는 이유다.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로 볼 때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로 채무재조정에 관여해 ‘질서 있는 디폴트’를 실현하되 영업활동은 정상화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공급·시공사와의 협상 등을 통해 건설공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고,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을 위한 시간을 벌어줌으로써 질서 있는 청산 또는 회생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위·금융감독원 합동 가상자산 사업자 동향 점검회의에서 헝다 리스크를 점검했다. 고 위원장은 “현재로서는 헝다 문제가 글로벌 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 견해”라면서도 “글로벌 긴축 기조 움직임과 함께 과열된 글로벌 자산 시장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관련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어 면밀한 모니터링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조민아 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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