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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혁신기업의 오너 리스크

이성규 경제부 차장


예나 지금이나 대한민국 재벌 오너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내 돈을 자식들에게 온전히 잘 물려주는 것이다. 여기서 ‘잘’이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삼성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이재용 부회장에게 싸게 살 기회를 줬고,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50억원씩 출자해 글로비스라는 계열사를 만들어 일감을 몰아줬다. 두 기업은 세계적 기업이 됐지만 ‘재벌’이란 굴레는 아직 벗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재벌이란 단어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오너의 오너에 의한 오너를 위한’ 기업일 것이다.

“이런 재벌과 우리는 질적으로 다르다”며 나온 기업들이 ‘네카쿠’(네이버·카카오·쿠팡)다. 사람들은 모르는 게 있으면 네이버에 물어보고, 카카오톡으로 소통하고, 로켓배송으로 물품을 배송받고 있다. 이들 세 기업은 혁신적 서비스로 각광받았고, 스타트업 기업답게 수평적 조직문화를 지향하며 스톡옵션이란 제도를 활용해 수익을 골고루 나눴다. 각자 영어 이름을 만들거나 서로 존칭하며 오너한테도 할 말은 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이들은 혁신기업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에 보여지는 혁신기업의 민낯은 1980년대 여느 재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게 카카오다. 카카오는 혁신에 혁신을 더하지 않고 카카오톡이라는 혁신 서비스를 밑천 삼아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으로 소상공인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의 진짜 문제점은 전근대적 지배구조라고 생각한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카카오 지분 13.3%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김 의장과 카카오 주식회사 사이에 김 의장의 개인 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가 존재한다. 이 회사는 카카오 지분 10.59%를 갖고 있다. 결국 김 의장의 전체 카카오 지분(23.89%)을 둘이 사이좋게 나눠 갖고 있는 셈이다.

왜 그랬을까. 케이큐브홀딩스 임직원 명단을 보면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다. 임직원 7명 중 5명이 김 의장 부인과 남동생 등 가족들이다. 회사 주 수익원은 배당금이고 그 돈의 대부분은 급여와 퇴직금으로 지급된다. 지난해 이 회사 급여지출은 15억3700만원으로 1인당 평균 연봉이 2억원을 넘는다. 그런데 이 회사가 왜 필요한지, 무슨 일을 하는지 명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자산 20조원에 달하는 대기업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회사인데 정체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김 의장 가족에게 억대 연봉을 주는 역할만 하는 셈이다. 한 경쟁법 관계자는 “김 의장이 전체 카카오 지분을 직접 보유하든지 아니면 케이큐브홀딩스를 지주회사로 만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누군가 경영권 승계 및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에 대비해 지배구조를 설계해준 것 같다”고 평했다.

쿠팡 김범석 창업자라고 다를 바 없다. 그는 국내에서 100% 영업을 하지만 본사는 미국에 두고, 미국에 상장했다. 국내에서 어떤 규제도 받지 않으면서 상장 차익으로 수조원을 챙겼다.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 규제를 받는 동일인(총수) 지정도 피했다. 규제당국 한 관계자는 “김 창업자에게 한국 공권력은 공(空)권력”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 역시 ‘지음’이라는 개인 회사를 운영하면서 여러 가지 의혹을 일으키고 있다.

혁신기업의 오너들은 기존 재벌가와 다를 것이라는 기대는 사라졌다. 이들이 직원을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맷값으로 돈을 던져주거나, 아들이 맞고 돌아왔다고 보복 폭행을 하지 않는 것이 그마나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 듯싶다.

이성규 경제부 차장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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