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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5명·사모 1명’ 6남매 “부모님 삶 보며 믿음 배웠죠”

3대 이어 사역하는 박종명 원로목사 가족

박종명 원로목사와 자녀 6남매가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남부성결교회에 모여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왼쪽부터 첫째 박기영 목사, 둘째 박창영 교수, 사위 양준기 목사, 막내 박요섭 목사, 박 원로목사, 셋째 박난영 사모, 넷째 박천영 목사, 다섯째 박소영 목사. 이날 참석자 모두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강민석 선임기자

목사 5명, 사모 1명. 전원 성결대 출신. 박종명(90) 원로목사의 6남매 이야기다. 매년 추석이 되면 부모님까지 합해 목사 7명, 사모 7명이 한자리에 모여 예배드리는 이색풍경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번 추석은 코로나19 여파로 날짜를 달리해서 자녀들이 충남 홍성 부친댁을 찾았다.

아버지 박 목사는 예수교대한성결교회의 대표적인 원로목사다. 1954년 군대 막사 교회의 종소리를 듣고 교회를 찾아가면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제대 후 홍성성결교회 교사로 섬기던 중 목회자가 없는 교회를 맡았다.

전도인 신분으로 목회 첫발을 내디뎠으니 6남매는 배고픔과 싸워야 했다. 아버지 목사는 고난 속에서도 5남 1녀를 앉혀놓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가정예배를 드렸다. 장남 박기영(65) 양평우리교회 목사는 “매일 저녁 식사 후 자녀와 함께 예배를 드린 부친의 가르침은 간단했다. 성경에 답이 있다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가정예배가 끝나면 어머니는 물병, ‘자부동’이라 불리던 방석을 들고 산기도를 가셨다. 87세 어머니는 지금도 자녀를 위해 기도하신다”면서 “이름도 빛도 없이 성도를 섬긴 부모님의 삶은 목회였고 예배였다”고 덧붙였다.

성결대 교수인 둘째 박창영(64) 목사는 “얼마나 가난했는지 어린 시절 문지방에 앉아서 밥을 달라며 수저를 치다가 부러뜨리기도 했다”면서 “그렇지만 부모님께 반항하지 않았던 것은 하나님께 충성을 다하는 목회, 승리하는 목회를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부모가 6남매에게 목회자가 되라고 강요한 것은 아니다. 아버지 박 목사는 “목회길이 얼마나 힘든 길인지 알기에 강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녀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봤다.

넷째 박천영(59) 안산참좋은교회 목사는 “아버지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나도 목회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어머니는 사택 앞마당에 기도굴을 파고 기도까지 했다. 어떨 땐 우리 집이 노아의 여덟 식구처럼 믿음의 가정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셋째 박난영(61) 사모는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은 시골 목회였지만 어머니는 가난하고 배고픈 성도들이 찾아오면 밥을 꼭 챙겨주셨다”면서 “바지 무릎에 구멍이 날 정도로 기도의 자리를 지키셨던 어머니는 신앙의 모델”이라고 눈물을 글썽였다.

다섯째 박소영(57) 당진 예수향기교회 목사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형님이 모두 목회길에 들어서는 것을 보면서 다른 길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목회가 마치 운명, 섭리라고 생각한 것 같다”며 웃었다.

조부, 부모 때의 목회는 자녀 대에도 이어지고 있다. 첫째 박기영 목사의 딸 빛나씨는 미국 뉴저지 샘솟는교회 부목사 사모다. 넷째 박천영 목사의 아들 동욱씨는 미국 탈봇신대원, 다섯째 박소영 목사의 아들 동훈씨도 성결대 신대원에 다닌다.

그렇다면 신앙전수 비결은 무엇일까. 박 교수는 “신앙생활의 자율성도 중요하지만, 습관이라는 틀도 중요하다”면서 “신앙 습관이 형성되면 내용은 자연스럽게 충실해진다. 이것이 습관의 위대성”이라고 조언했다.

박소영 목사는 “아이들이 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신앙을 습득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막내 박요섭(52) 서울 남부교회 목사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의 기도 모습이 떠올라 방황할 틈도 없었다”면서 “부모님의 새벽기도와 가정예배는 오늘의 6남매를 있게 했다”고 말했다. 사위인 양준기(63) 서울 문래동교회 목사는 “성결한 삶을 살고 계신 장인어른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강력한 교육이자 유산”이라고 평가했다.

6남매는 수시로 가족 카톡방에 목회 기도 제목을 올린다. 박천영 목사는 “교회 개척 때는 교인이 없어 문제고 부흥하면 교인 때문에 힘들다”면서 “목회현장은 수학 문제처럼 분명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6남매는 항상 부모님 말씀을 기억하며 목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목사든 교수든 본질에 충실하면 하나님께서 알아서 책임져주신다’는 아버지의 말씀은 늘 우리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말했다.

청력이 떨어진 아버지 박 목사는 “아브라함처럼 한 사람이 예수 믿고 주의 길을 걸었더니 자녀손이 38명이 되는 번성을 주셨고 성결대 동문도 16명이 나왔다. 오직 하나님의 크신 은혜”라며 손을 모았다. 6남매의 남은 미션은 무엇일까. “부친의 존함으로 장학기금을 만들어 선지 생도를 길러내는 것입니다.”(박기영 목사)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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