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세계로 도망친 외톨이 소녀, 하루 만에 톱스타로 우뚝

29일 개봉 ‘용과 주근깨 공주’
따뜻한 내면 가진 악당 위해 노래
현실서 삶 변하는 모습도 보여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 ‘용과 주근깨 공주’에 등장하는 메타버스 U의 팝스타 ‘벨’의 모습. 벨은 어머니를 잃고 방황하는 일본 시골 소녀 ‘스즈’의 분신이다. 얼리버드픽쳐스 제공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로 불리는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우리 일상 속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는 메타버스 세계의 이야기를 들고 왔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 ‘용과 주근깨 공주’(사진)는 일본 시골 소녀 ‘스즈’가 메타버스 세계를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다. 스즈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고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아간다. 어머니와 함께 부르며 좋아하던 노래는 더 부르지 않고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와 대화도 끊겼다. 학교 친구들과 이웃의 손길에도 움츠러든다.


스즈는 50억명이 함께하는 가상세계 ‘U’로 도망친다. 이 세계는 ‘보디셰어링’ 기술로 현실 세계의 모습을 반영한 새로운 가면을 만들어낸다. 인터넷 세계의 익명성을 넘어 메타버스 세계에선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한다. 스즈도 청명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아름다운 모습의 아바타 ‘벨’로 다시 탄생한다. 벨의 목소리는 하루 만에 2000만명의 팔로우를 모으며 가상세계에 사는 이들의 선망과 질투를 한몸에 받는다. 그의 본 모습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스즈는 희열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낀다.

이야기는 스즈가 가상세계 U의 악당 ‘용’이 현실 세계에선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모티브는 ‘미녀와 야수’ 이야기에서 얻었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야수가 상처 아래 따뜻한 내면을 지닌 인간이라는 이야기가 마모루 감독의 메타버스 세계를 만나 변주된다. 자신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기 위해 노래하던 스즈는 ‘용’을 위해 노래하게 된다. 마모루 감독은 “인터넷 세상은 현실과 허구가 공존하는 양면적인 곳이다. 18세기에 쓰인 ‘미녀와 야수’ 또한 양면성이 주제인 작품이어서 현대의 이야기와 문제의식을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스즈의 평범한 일상과 가상세계를 오가며 스즈의 삶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즈는 현실 세계에서 자기의 목소리를 되찾아가고 이웃과 친구의 손길도 맞잡는다.

마모루 감독은 “비방이나 가짜뉴스 등 부정적 측면도 있지만, 인터넷은 인간의 가능성을 펼치는 좋은 도구라고 본다”며 “인터넷 자체가 바뀌는 지금, 긍정적인 미래로 통하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제74회 칸 영화제 ‘칸 프리미어’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마모루 감독의 놀라운 신작은 인터넷 시대에 분열된 정체성에 대한 야성적인 비전을 제공한다”(인디와이어) 등의 호평을 들었다. 지난 7월 16일 일본에서 개봉해 57일 만에 누적 관객 423만명을 넘어 마모루 감독 최고의 흥행작으로 올랐다.

스즈의 목소리는 독보적인 음색의 인디 뮤지션 나카무라 카호가 맡아 몰입도를 높였다. 마모루 감독은 “칸 영화제에서 상영했을 때 ‘벨’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극장을 나오는 사람이 많았다. 언어를 초월한 음악의 힘을 느꼈다”고 말했다. 29일 개봉.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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