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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자] “기사 빼라”는 기재부 ‘왕차관’

이성규 경제부 기자


‘왕차관’이란 말은 이명박정부 시절 나왔다. 당시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은 권력의 핵심인 ‘영포(영일·포항)라인’을 등에 업고 여느 장관보다 센 입김을 자랑했다. 그는 정권 말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지금 기획재정부에도 ‘왕차관’이 있다. 16년 만의 호남 출신 예산실장을 거쳐 예산을 총괄하는 2차관 자리에 오른 안도걸 차관이 주인공이다. 그는 기재부 내는 물론 여당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018년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을 거치며 여권 인사들과 교분을 쌓았고, 다음 총선 때 출마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안 차관을 두고 정치색이 짙어 관료답지 않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남다른 정무적 감각과 광폭 소통 행보를 높이 사는 평가가 엇갈린다. 내년 예산 편성을 전후로 기재부 안팎에서는 안 차관의 이런 행보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국민일보는 이런 내용을 지난 24일자에 ‘관료보단 정치인 같은 기재부 2차관을 향한 엇갈린 시선’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 기사는 관가의 숨은 이야기를 소개하는 ‘관가뒷담’ 연재물로 안 차관뿐 아니라 여러 고위관료가 등장했던 코너다.

하지만 기사가 나간 뒤 안 차관은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불쾌함을 표하면서 기사를 빼라고 요구했다. 본인 의견을 반영해 기사가 일부 수정된 뒤에도 그는 국민일보 측에 “정치공무원을 만들어놨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장관이든 수습 사무관이든 기사에 잘못된 사실이 있으면 이를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팩트가 잘못됐다면 언론사는 이를 수정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실세 차관이라도 본인 심기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기사를 빼라 말라 할 권리는 없다. 이는 언론에 대한 편집권 침해행위다. 기사를 빼라는 안 차관의 요구에 기재부 대변인실도 당황해했다는 후문이다. 안 차관이 장관이 되든 정치인으로 변신하든 바른 언론관을 가졌으면 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이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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