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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별종의 제보자

지호일 정치부 차장


별종의 제보자가 버스를 타고 대선판에 등장했다. 21대 총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선거대책위 부위원장 이력의 조성은씨. 그와 인터넷매체 뉴스버스가 휙 던진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라는 무시무시한 프레임은 야당 경선 국면을 롤러코스터에 태워 버렸다.

조씨는 언론 제보에서 더 나아가 각종 방송과 온라인을 넘나드는 ‘요란한 플레이어’로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저격수 노릇도 하는 일인다역을 수행 중이다. 자기 말을 주체 못해 사건을 산으로 끌고 간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사람은 도대체 왜, 무슨 목적으로 이러나’라는 의구심을 야권이 표하는 건 그의 처신에서 짙은 의도성이 감지되기 때문일 터다. ‘윤석열 찍어내기’의 새 버전 아닐까 하는.

한 번 돌아보자. 조씨는 지난 6월 말 뉴스버스 기자와 식사를 하던 중 윤 전 총장이 소재로 올랐고, 불현듯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과거에 보냈던 텔레그램 메시지가 생각났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1년3개월 전 전송받아 당에 전달하지도 않고 잊고 지내던 것을, 그것도 현재는 쓰지 않는 옛 휴대전화에 담겨 있던 사진 파일이 우연히 떠올랐다는 얘기다.

“(텔레그램 화면을 함께 보던 중) 전혁수 기자가 ‘4월 3일에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얘기가 있다’고 확신하는 거예요. 그래서 보낸 사람이 누구야, 이렇게 된 거예요. ‘손준성 보냄’을 그때 봤어요. 둘 다 거의 동시에 ‘이거 내사(기자 사찰로 추정) 아니야?’ 하고….”(CBS ‘김현정의 뉴스쇼’ 발언)

고발장 사진 일부를 훑어보는 것만으로 전후 맥락 파악은 물론 검찰의 기자 사찰 정황까지 포착했다는 ‘신공’도 놀랍지만, 이 부분은 뉴스버스가 밝힌 취재 경위와도 다르다. 이 매체는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당시는 채팅방 스크롤을 넘기면서 스쳐 지나가듯 봤고, 메시지를 자세히 보지는 않았다’고 했다. ‘손준성 보냄’이 명기된 사실은 7월 21일 조씨가 텔레그램 화면 중 5장을 캡처해 보내줬을 때야 비로소 알았다는 것이다. 조씨가 식사 이후 3주가 지나 메시지 일부를 보낸 대목은 취재를 유도하는 ‘떡밥 던지기’ 같은 인상마저 준다.

조씨는 뉴스버스의 9월 2일 첫 보도에 대해 “제보가 아닌 사고”라고 했다. 이 말은 ‘보도를 원치 않았다’가 아니라 ‘원치 않는 시점에 보도됐다’로 봐야 한다. 그의 방송 인터뷰 발언이다. “제가 (국민의힘 내부) 경선이 끝나고 나서도 윤석열한테 파급이 갈 내용이니까 경선 끝나고 차차 하자 이렇게 얘기했다.” 보도 타이밍을 놓고 양쪽이 정치적 계산을 했다는 말로 들리지 않나.

조씨의 말은 무엇이 진실인지 종잡을 수 없을 때도 많다. 고발장을 과연 당에 전달했는지를 두고도 “법률지원단에 전했다”에서 “그런 적 없다”로, 다시 “구두로만 상의했다”로 바뀌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8월 11일 단 한 번 만났다는 주장도 하루 만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자신이 뱉은 말을 뒤의 말로 돌려막으려다 말 전체가 꼬인 것일까. 사건 전개 상황을 살피면서 자기 주장을 계속 덧칠해가는 것일까.

조씨는 여전히 SNS를 통해 적의를 분출하는 중이다. 윤 전 총장과 김 의원을 처벌해 달라는 고소도 했다. 물론 야당의 의심과 달리 조씨의 배후가 실재하지 않을 수 있다. 그의 제보가 끝내 검찰의 불법적 행위를 드러내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제보를 갖고 그가 보인 행적, 폭로가 나오자 분초를 다투며 달려든 수사기관들, 결론을 예단한 듯한 법무부 장관의 태도 등은 모두 하나로 겹쳐 보인다. 동일 표적을 향한 조준선 정렬. 그러니 공익신고자 보호망 뒤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조씨와 그가 던진 제보는 분리돼 평가받아야 할 것 같다.

지호일 정치부 차장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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