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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비 정보 공개하라’ 백악관 요구에 삼성전자 ‘난감’

백악관 회의서 45일 내 제출 요구
기밀 사항 과도한 요구에 전전긍긍
경쟁 기업에 유출 땐 협상력 타격

연합뉴스TV 제공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반도체 재고 및 판매 정보를 45일 안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기밀 정보가 다른 업체로 넘어갈 경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26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지나 라이몬도 장관은 23일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점검 회의에서 “차량용 반도체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면서 “더 공격적으로 대응할 때”라고 말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라이몬도(사진) 장관은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제네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3대 자동차 회사와 애플, 다임러, BMW, 글로벌 파운드리, 마이크론, 마이크로소프트, TSMC, 인텔 그리고 삼성전자 등에 반도체 재고 및 판매 관련 정보를 45일 안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라이몬드 장관은 정보를 제출하면 반도체 공급망의 투명성을 높이고 어디서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고 및 판매 관련 정보는 기업이 일반적으로 공시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극비 보안 사항’에 가까운 정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반도체 재고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어디에 얼마나 판매했는지 등의 정보는 반도체 가격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만약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에 제출한 정보가 미국 주요 기업에 유출될 경우 삼성전자는 협상력이 크게 떨어져 반도체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일부 참석자들도 기업이 비밀로 간주하는 가격 정보를 공개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때문에 삼성전자 등 회의에 참석한 업체들은 민감한 정보는 제공이 어렵다는 분위기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정보 제출을 자율에 맡긴다고 하면서도 강제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라이몬도 장관은 “(자발적으로 응하지 않을 경우) 쓸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다”면서 “거기까지 가지 않길 바라지만, 해야 한다면 기꺼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 이번 회의가 차량용 반도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메모리 반도체 중심인 삼성전자에 과도한 정보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자동차 생산이 지체되는 것을 해결하자는 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에 공급 부족과 관련이 적다”면서 “미국이 어떤 정보를 요구할 지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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