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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데스크, ‘1.3조 필리핀 도박왕’ 검거 결정적 순간

필리핀 코리안데스크, 2년간 추적
사이버도박 조직 총책 40대 검거
성매매 ‘밤의 전쟁’ 운영자도 덜미

지난 18일 경찰청 외사국 인터폴국제공조과, 코리안데스크, 필리핀 경찰청 등이 공조해 필리핀 마닐라에서 최대 규모 불법 사이버도박 조직의 총책인 40대 A씨(왼쪽·붉은 원)를 검거하던 당시 모습. 경찰청 제공

“지금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작전을 시작할까요?”

지난 18일 오전 10시(이하 현지시간) 경찰청 외사국 인터폴국제공조과로 필리핀 마닐라 코리안데스크의 긴급 호출이 왔다. 2년 동안 추적하던 필리핀 최대 규모 불법 사이버도박 조직의 총책인 40대 A씨 소재를 확인했다는 보고였다.

해외 거주 범죄자를 검거하는 만큼 현지 ‘코리안데스크’의 역할이 중요했다. 코리안데스크란 현지 경찰 조직으로 파견 나간 한국 경찰을 말한다. 이번 수사도 컨트롤타워는 경찰청 외사국이었지만, 필리핀 소재 코리안데스크의 현장 판단에 따라 세부 작전이 완성됐다.

A씨를 붙잡기 위한 노력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첩보를 입수한 2019년부터 시작됐다. A씨는 필리핀 마닐라에 불법 도박사이트 사무실을 운영하며 약 1조300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해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인물이었다. 보고 직후 곧바로 검거에 나설 법도 했지만 당장 움직일 순 없었다. 전재홍 경찰청 인터폴 국제공조 계장(경정)은 26일 “여러 첩보의 신빙성을 가려내는 작업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 추적을 피해 수시로 거주지를 옮겼다. 코리안데스크가 해당 거주지에서 검거하겠다고 결정한 것도 불과 두 달 전이었다. 하지만 총기가 문제였다. 필리핀은 합법적으로 총기를 소지할 수 있기 때문에 검거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었다. 그는 실제로 경호원 10여명을 상주시키며 경찰 급습에 대비하고 있었다. 특히 A씨의 거주지는 초호화 리조트로 투숙자가 많아 큰 피해가 우려됐다. 전 계장은 “‘A씨가 거주지를 옮기려 한다’는 첩보가 있었던 터라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단박에 제압하는 작전이 중요했다”고 떠올렸다.

경찰은 A씨의 동선과 생활 패턴을 주시하며 두 달간 잠복했다. 그는 거주지 인근을 이동할 때도 경호 차량 3~4대를 대동하는 등 숨어 다녔기 때문에 얼굴 확인이 쉽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잠복과 현장 수사가 제한된 점도 검거 작전에 시간이 소요된 이유였다.

코리안데스크가 A씨의 얼굴을 확인한 지난 18일,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무장한 경찰 30여명이 A씨 집을 급습해 경호원을 먼저 제압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집에 있던 차림 그대로 2층에서 뛰어내려 도망쳤다. 경찰은 포위망을 좁히며 리조트 인근 풀숲에서 맨발로 숨어있던 A씨를 발견해 체포했다.

A씨 검거 나흘 후인 지난 22일. 필리핀 코리안데스크를 중심으로 한 경찰은 2년간 수사하던 국내 최대 성매매 알선사이트 ‘밤의 전쟁’ 운영자 40대 B씨도 붙잡았다. 검거된 B씨는 체포 당시 경찰을 향해 “도피 생활을 끝낼 수 있도록 붙잡아줘서 고맙다. 드디어 해방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은 2019년 사이트 관련자 34명을 검거했지만 총책 격인 B씨를 놓쳤다. 이후 답보 상태에 빠졌던 수사는 ‘B씨가 범죄 수익금을 타인 명의로 빼돌려 마닐라에서 거주한다’는 결정적 첩보로 다시 급물살을 탔다. 그는 검거 당시에도 도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필리핀 현지에서 불법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전 계장은 “해외도피범도 반드시 잡힌다는 안도감을 국민에게 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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