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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래산업 네트워크로서 주유소 가치

김형건 강원대 부교수 (경제·정보통계학부)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유소 역시 마찬가지다. 판매는 줄고 경쟁은 치열해졌다. 주유소업계는 이전부터 어려운 상황이었다. 수익성 악화로 2010년 1만3000개를 넘던 주유소는 2021년 7월 말 1만1000개까지 줄었고, 폐업할 돈이 없어 휴업하는 주유소도 상당수다.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미래 역시 밝지 않다는 것이다. 탄소중립이라는 기치 아래 전기차·수소차는 앞으로 더욱 빠르게 보급될 것이고 석유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예전 연탄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 주유소는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시대에 맞지 않는 산업이 퇴화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유소 역시 시장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퇴로를 열어주고 정리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일 것이다. 하지만 주유소는 사라져야 할 좌초자산이 아니다. 여전히 주유소는 미래산업에 부합한 네트워크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터넷과 현실을 연결하는 물류 네트워크 역할이 강조될 것이다. 전국 요지에 자리한 주유소는 네트워크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물류 플랫폼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태양광, 연료전지, 전기 및 수소충전기 역시 네트워크를 필요로 한다. 이미 시장경쟁을 통해 검증된 주유소 네트워크는 분산형 전원 거점뿐 아니라 충전 인프라로의 역할 전환이 가능하다. 주유소는 미래에도 여전히 중요한 국가 인프라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시장에 대한 대응은 오롯이 경영자의 몫이다. 훌륭한 경영자라면 시대를 읽고 시장에 맞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하지만 시대에 맞는 무대를 깔아주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아쉽게도 현행 법령 내에서는 네트워크를 활용한 주유소 신산업은 시도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보기술(IT)과 결합한 다양한 주유소 신산업이 태동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이미 시대에 맞는 규제 개선 노력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

우리 역시 주유소 역할 확대를 제약하는 포지티브 형식의 규제 법령을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전환해 주유소 변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에너지 전환 속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친환경 에너지 공급 거점으로 전환되는 주유소에 대한 설치 보조금이나 적자 운영 보조금 등의 현실적 지원 역시 필요하다. 현재 전기차·수소차는 구입 시 보조금 등을 통해 보급 속도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충전 인프라는 부족하다. 사면초가에 몰린 주유소업계의 현실을 생각하면 자력으로 친환경 시설로의 전환을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제 에너지 인프라에 정부의 관심을 넘어 적극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유소의 성공적 변신이 국가경제의 구조적 변화로 퇴출 위기에 몰린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과거 산업과 미래산업 간에 공정한 전환을 이루는 좋은 사례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형건 강원대 부교수 (경제·정보통계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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