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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 탄소중립에 중립기어는 없다

김민호 한국개발연구원 재정투자평가실장


당신이 탄소중립에 중립적이면 안 될 시점이 왔다. 지난해 세계 평균기온은 기록이 시작된 188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역대 가장 높은 평균기온 1~19위는 1998년을 제외하면 모두 2000년 이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치가 중립적으로 다가온다면 우리가 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이거나 녹은 빙하에 매달려 있는 깡마른 곰의 이미지에 반복 노출돼 무뎌진 탓도 있을 것이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온실가스) 순배출량(배출량-흡수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하며, 탄소중립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순배출량이 0 이상이면 지구 온도는 계속 올라가고 기후 재앙을 피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대형 산불뿐만 아니라 폭우, 홍수, 폭염 등 지구촌 곳곳에 이상기후 현상이 연중 발생하고 있다. 이상기후는 경제 활동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생존에 위협이 된다.

올해 유엔은 2050 탄소중립을 세계에서 가장 긴급한 임무로 설정했다. 우리나라는 탄소중립기본법이 지난달 31일 국회를 통과해 세계 14번째로 탄소중립 이행을 법으로 정한 국가가 됐다. 정부는 탄소중립 대응을 위해 내년 예산안에만 12조원을 반영했으며 지속적인 대규모 공공지출이 예상된다. 공공지출이 효율적으로 집행되기 위해 고려해야 할 몇 가지를 이야기해보자.

우선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투자와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투자는 크게 다를 수 있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주요 정책 중 하나로 2034년까지 석탄발전 30기를 폐지하고 그중 24기를 LNG발전소로 대체하기로 했다. 문제는 LNG발전소 또한 화석연료를 태우는 방식이며 석탄발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2050 탄소중립 달성과는 멀어지는 투자라는 것이다. 지금 계획된 LNG발전소는 2050년에도 10년 이상 운영될 수 있는 발전소이며 중단 시 건설에 들어간 비용은 막대한 손실이 된다.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약 7억3000만t으로, 부문별로 발전(37%) 산업(36%) 수송(13%)에서 86%를 배출했다. 앞으로 산업·수송 등 많은 분야의 에너지원이 전기로 대체될 것이며 전력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이 탄소중립 달성에 무척 중요해진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공급체계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현 계획대로 급격하게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 송전로·변전소와 같은 전력 유통 인프라, 공급안정용 백업설비(ESS·양수 발전소 등) 등 분산에너지 시스템에 맞는 설비가 체계적으로 확보돼야 한다. 지금도 전력망에 연결되지 못한 태양광발전 규모가 상당하며 이런 투자의 시점 부조화로 인한 비효율성이 급격히 증가할 우려가 있다. 또한 정부는 전력시장 개편과 함께 민간 부문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전력망에 기여하는 만큼의 보상 방안 마련 등 시장 제도 설정에 신경을 더욱 쏟아야 한다.

앞으로 30년간의 온실가스 감축 경로와 함께 각 부문 투자 로드맵이 구체적으로 검증 가능하게 제시돼야 한다. 정부 투자 방향과 계획이 투명하고 구체적으로 제시될 때 민간 부문에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 또한 계획 이행과 점검에서 책임감이 더욱 부여되고, 시민사회의 실질적 참여 및 일자리를 포함한 생활양식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대비도 가능하다.

겉으로는 2050 탄소중립, 속으로는 탄소중립이 어려운 현실적 대안 추진 상황은 피해야 한다. 겉과 속의 불일치는 정책 불확실성을 키울 뿐이다. 정책, 기술, 시장이 모두 일치된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움직일 때 탄소중립은 실현 가능할 것이다.

김민호 한국개발연구원 재정투자평가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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