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 정점 강대국 함정

천지우 논설위원


빠르게 힘을 키운 신흥 강대국과 이를 두려워하는 기존 패권국이 결국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뜻하는 ‘투키디데스 함정’은 현재의 미·중 갈등을 설명하는 말로 자주 쓰인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기술한 펠로폰네소스전쟁, 즉 신흥 강국 아테네와 패권국 스파르타가 맞붙은 전쟁이 이 개념의 원 모델이다.

미국 정치학자 할 브랜즈와 마이클 베클리는 최근 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지금의 미·중 갈등이나 과거의 여러 세력 간 충돌 사례들을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설명하는 것이 틀렸다고 주장했다. 충돌은 도전자가 충분히 강해지고 패권국이 약해졌을 때 벌어지는 게 아니라, 급성장한 도전자가 힘이 빠지기 시작할 때 발생한다는 것이 두 학자의 주장이다. 이들은 이를 ‘정점 강대국 함정(peaking power trap)’이라고 명명했다. 세계 평균보다 빠르게 성장한 나라가 극심한 경제 둔화를 겪으면서 공격적으로 변해 패권국과 갈등을 빚거나 전면전까지 치닫는다는 개념이다.

나라가 한창 성장할 때는 별 문제가 없지만 그 기세가 꺾이기 시작하면 내부 불만이 커진다. 격변이 두려운 지도자는 불만 세력을 억압하면서 외부로의 확장을 해결책으로 여기게 된다. 1941년의 일본이 그런 사례다. 1904~1919년에 연평균 6.1%에 달하던 경제성장률이 1920년대 들어 1.8%로 급락했고, 대공황으로 해외 시장도 닫혀 실업률이 치솟았다. 이때 일본이 택한 건 파시즘과 전쟁이었다.

브랜즈와 베클리는 지금 중국이 정점 강대국 함정에 빠진 것으로 진단했다. 중국은 이미 정점에 다다랐고, 쇠퇴가 시작됐기 때문에 더욱 문제라는 주장이다. 2007년 14%였던 정부 공식 성장률은 2019년 6%로 떨어졌다. 실제 성장률은 2%에 불과하다는 연구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시진핑 정권은 경제성장을 촉진하던 정책들을 버리고 전체주의로 치닫고 있다. 중국 밖에선 반중 전선이 점점 강해지는 중이다. 중국이 더욱 대담하고 공격적으로 행동할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천지우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