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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빠진 세종문화회관, 초유의 공연 취소 사태

올 75억 적자 직원들 수당도 삭감
연습하던 ‘다섯, 하나’ 등 날벼락
9개 예술단 방만 운영 적자 키워

광화문 광장 공사를 하기 전의 세종문화회관 전경. 세종문화회관의 누적돼 온 재정 문제가 최근 코로나19를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민일보DB

서울 세종문화회관이 재정난으로 연말까지 남은 올 시즌 기획공연을 대부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약 75억원의 적자재정이 예상되자 재정수지 회복을 위해 10월 이후 전속예술단 공연과 자체기획 공연을 취소 또는 연기하는 초유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직원들의 업무추진비와 각종 수당도 삭감하거나 없애는 등 허리띠도 졸라맸다. 하지만 남은 기간 인건비 등 경상비용 충당이 쉽지 않아 서울시로부터 긴급히 추경예산을 확보하거나 은행에서 차입하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시, 세종문화회관, 전속예술단, 공연계 관계자 등 복수의 취재원에 따르면 세종문화회관은 공연 취소 등의 방침을 김성규 사장의 임기 만료 직전인 지난 13일쯤 확정했다. 전속예술단 공연 가운데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첫선음악회 Ⅲ’(10월 1일)과 서울시극단 ‘일의 기쁨과 슬픔’(10월 21~31일), 서울시무용단 ‘동무동락-허행초’(10월 28~30일), 서울시뮤지컬단 ‘작은 아씨들’(12월 7~26일·이상 세종M씨어터) 등 4편은 예정대로 진행하되 나머지는 취소 또는 연기하는 방향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단체와 함께하는 공동기획 공연은 그대로 진행하되 단독으로 준비하던 자체기획 공연들은 대부분 취소하기로 했다. 외부 창작진과 배우로 프로덕션을 꾸린 자체기획 공연인 세종 어린이 시리즈 ‘다섯, 하나’(10월 6~10일 세종S씨어터)는 연습 진행 중 취소 통보를 받았을 정도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12월 공연은 미정 상태로, 새 사장 취임 이후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외부 창작진과 출연진에게 코로나19 확산과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연장으로 불가피하게 공연을 취소한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가 지난 7월부터 이어져도 수도권 공연장들이 지난해와 달리 라이브 공연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종문화회관의 이유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세종문화회관이 이런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것은 일차적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수입감소 때문이다. 세종문화회관의 연간 예산은 대체로 서울시 출연금 60%와 자체 수입 40%(티켓 판매·대관·임대 수익 등)로 이뤄지는데, 코로나19 탓에 자체 수입이 평소 수준에 훨씬 못 미친 것이다.

세종문화회관의 올해 예산은 587억원으로 서울시 출연금 356억원, 자체 수입 208억원, 잉여금 23억원으로 편성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체 수입(티켓 판매·대관·임대 수익)이 예상치의 40% 정도에 그쳤고 잉여금 역시 60% 정도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해 서울시 추경을 받아 적자를 메운 세종문화회관이 코로나 팬데믹이 지속되는 올해도 자체 수입 비율을 40%로 정하고 계획을 짠 것도 문제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세종문화회관의 재정 위기가 코로나 팬데믹 종식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재정 문제가 코로나 이전부터 오랜 시간에 걸쳐 악화돼 왔기 때문이다. 이승엽 사장 시절인 2016년 후반기에도 적자재정이 예상되자 사장의 월급을 50% 반납하는 한편 직원들의 업무추진비와 각종 수당을 삭감하거나 없앴다. 다만 올해와 달리 공연과 전시 등 예술사업을 취소하지는 않았다.

세종문화회관의 재정난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전속 예술단이 9개나 되는 구조적 문제가 가장 크다. 올해 기준으로 일반 직원과 예술단원을 포함해 약 450명의 정규직이 소속돼 있는데, 이들의 인건비가 전체 예산의 70%나 된다. 해외 공연장이 공연 예산 확보를 위해 조직의 슬림화를 추구하는 것과 달리 세종문화회관 등 한국의 공연장은 오히려 조직이 점점 비대해지면서 경직되는 방향을 보여왔다.

세종문화회관에 대한 서울시 출연금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복지 예산 증가로 문화예술 예산이 다소 삭감된 올해를 제외하면 2016년 238억, 2017년 270억, 2018년 288억, 2019년 328억, 2020년 369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인건비가 늘어나는 것과 비교해 9개 예술단이 공연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크게 늘지 않았다. 공연하면 할수록 적자 폭이 커지는 구조인 데다, 완성도가 낮아 관객의 외면을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시가 조만간 발표하는 신임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눈앞의 불’인 재정난을 해결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조직의 체질을 바꾸며 개혁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예술과 극장경영, 조직관리에 두루 능한 노련한 전문가가 아니면 세종문화회관의 근본적인 변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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