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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장유승 (단국대 연구교수·동양학연구원)


태극기 가장자리에는 건, 곤, 감, 이 4개의 기호가 있다. 초창기 태극기는 여기에 더해 태, 진, 손, 간까지 8개의 기호가 태극 문양을 둘러싸고 있었다. 이것이 8괘다. 석 줄짜리 8괘를 겹쳐 여섯 줄로 만들면 총 64개의 조합이 가능하다. 이것이 ‘주역’의 뼈대를 이루는 64괘다.

64괘는 각기 이름이 있다. 요즘 회자되는 ‘화천대유’는 64괘 중 14번째 괘다. 불(火)을 상징하는 ‘이’가 위에 있고 하늘(天)을 상징하는 ‘건’이 아래에 있다. 햇볕이 하늘에서 내리쬐는 형상이다. 곡식이 무럭무럭 자라는 조건이므로 대풍년을 뜻하는 ‘대유(大有)’라는 이름이 붙었다. 요컨대 ‘화+천=대유’다. ‘주역’의 64괘 이름은 모두 이런 식이다.

대유는 요즘말로 ‘대박’이다. 대박을 기대하는 것이 사람 마음이라 그런지 조선시대부터 사람 이름으로 많이 쓰였다. 어떻게 해야 대박이 날까. ‘주역’에 답이 있다. ‘주역’ 64괘의 배열은 인과관계다. 화천대유 앞에 자리한 13번째 괘는 다름 아닌 ‘천화동인’이다. 화천대유와 반대로 하늘을 상징하는 ‘건’이 위에 있고, 불을 상징하는 ‘이’가 아래에 있다. 불은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다. 맹렬한 불길이 타올라 하늘과 어우러지는 형상이므로 여러 사람이 함께한다(同人)는 의미를 갖는다.

대박은 혼자 만들 수 없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다. 주식회사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박이 가능했던 것은 자회사 천화동인 1~7호의 투자자들이 힘을 합쳤기 때문이다. 하기야 4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이익을 챙기고 말단 직원에게 퇴직금 50억원을 지급하는 사업이 어디 한두 사람 힘으로 가능했겠는가. 힘을 합친 사람이 또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사업 과정을 다시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대권 가도를 순항하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화천대유라는 암초를 만났다. 소년공 출신으로 여당 대선 후보 경선까지 올라온 이 지사의 입지전적 생애는 속된 말로 대박이다. 물론 운이 좋아서 얻은 성취는 아니다. 굳건한 의지와 피나는 노력의 산물이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리라. 오늘날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당사자도 인정한 사실이다. 이 지사의 생애 역시 천화동인에서 화천대유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이제 이 지사가 할 일은 무엇일까. 역시 ‘주역’에 답이 있다고 본다.

‘주역’에서 화천대유 다음에 자리한 15번째 괘는 ‘지산겸’이다. 땅(地)을 상징하는 ‘곤’이 위에 있고 산(山)을 상징하는 ‘간’이 그 아래에 있다. 높은 산이 땅속 깊이 묻혀 있는 형상이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謙)을 의미한다. 대박을 친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 과욕을 경계해야 한다. 조심하고 두려워해야 한다.

지금의 사태는 화천대유 관계자들의 과욕이 부른 참사다. 적당한 이익을 보는 선에서 멈췄다면 7년 전 사업이 다시 논란이 될 리는 없었을 것이며, 설사 논란이 되더라도 이런저런 변명으로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상식을 벗어난 투자 수익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비정상적 사업의 실체가 드러난 이상, 당시 시장이었던 이 지사도 책임이 없을 수 없다. ‘모범적 공익사업’이라는 반박은 납득하기 어렵다. 언론 탓, 야당 탓도 구차할 뿐이다.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겸허히 인정하고 진상 규명에 협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참고로 ‘지산겸’ 다음 다음 괘는 ‘택뢰수’다. 연못(澤)을 상징하는 ‘태’가 위에 있고 우레(雷)를 상징하는 ‘진’이 아래에 있다. 우레가 아래에서 진동하면 위에 있는 연못이 따라서 진동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따른다(隨)는 말이다. 대중은 겸손한 사람을 따른다.

장유승 (단국대 연구교수·동양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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