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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우 칼럼] 스페셜리스트 vs 제너럴리스트


20세기 이후 역대 미국 대통령
대부분 상원의원 주지사 출신
의회 또는 행정 경험이 선택의
핵심요인으로 작용한 결과

대통령,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의사결정할 수
있는 통섭 능력 갖춰야

스무 번째 청와대 입주자를 가리기 위한 여야의 대선후보 경선 열기가 뜨겁다. 경선에 실제로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8명과 국민의힘 예비후보 11명, 총 19명으로 출발한 경선 레이스는 1차 컷오프 등을 거쳐 민주당의 경우 4명으로 압축됐고 국민의힘에선 8명이 2차 관문 통과를 위해 각축 중이다.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김두관 박용진 양승조 이낙연 이재명 정세균 최문순 추미애(가나다순) 8명의 면면을 보면 모두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행정부 요직 중 한 자리 이상 거친 다양한 국정(또는 도정) 경험의 소유자다. 이낙연은 국무총리 도지사 국회의원에 당대표까지 역임했고, 정세균은 국무총리 국회의장 장관 당대표 등 대통령 빼고 다해봤다는 평을 듣는다.

김두관 양승조 최문순은 국회의원 지자체장, 추미애는 국회의원 당대표 장관, 이재명은 기초·광역단체장 출신이고 박용진은 재선의원이다. 8명 중 6명이 입법·행정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으며 판사 출신 추미애는 입법·사법·행정 3부를 모두 경험했다. 이재명은 반환점에 접어든 여당 경선에서 과반 득표로 1위를 질주하고 있으나 의회 경험이 없다는 게 늘 약점으로 따라다닌다.

1차 경선 탈락자 3명을 제외한 국민의힘 안상수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최재형 하태경 홍준표 황교안의 면면도 살펴보자. 안상수 원희룡 홍준표는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유승민 하태경은 다선의원 출신이다. 국회의원·단체장 경험이 없는 예비후보는 황교안 윤석열 최재형 3명이다. 윤석열은 정치 입문 전까지 오로지 검사 외길을 걸었고 판사 출신 최재형은 잠깐의 감사원장 재직 기간을 제외하면 국정 경험이 없다. 그도 스스로를 “준비가 안 됐다”고 시인했다. 대통령은 수습(修習)할 시간이 없다. 취임 직후부터 처리를 기다리는 사안이 산더미다. 다 국민생활과 직결된 사안이다. 이런 중차대한 임무를 준비도 없이 맡겠다니 대통령직을 너무 쉽게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0세기 이후 역대 미국 대통령은 대부분 상원의원 아니면 주지사 출신이다. 의회나 행정 경험이 선택의 핵심요소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상원의원은 국정 전반에 관여할 수 있고 주지사의 경우 외교·국방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의 행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버락 오바마는 자서전 ‘약속의 땅’에서 상원의원의 경험이 국정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지대한 도움을 줬다고 했다. 물론 예외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의원·주지사 경험이 없다.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한 시행착오와 기존의 국제질서를 무시한 파격에 전 세계가 4년간 시달려야 했다.

현대사회는 전문분야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그 분야의 최고봉이 되려면 전문가가 돼야 한다.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되면 금상첨화겠으나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한 분야면 그 분야 최고 전문가가 리더를 맡으면 되겠지만 상이한 복수의 분야를 다루는 조직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 경우 전문가 수준엔 미치지 못해도 각 분야에서 토론하고 의사결정 할 수 있는 평균 이상의 지식과 통찰력을 갖춘 통섭의 리더, 제너럴리스트가 적격이다.

한때 ‘현상’으로까지 불렸던 안철수 바람이 분 적이 있었다. 그의 ‘새정치’는 기존 정치권에 실망한 제3지대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안철수 현상’은 단명했다. 구호는 거창했으나 이를 뒷받침한 콘텐츠는 모호하고 빈약했다. 그가 컴퓨터 바이러스 분야의 최고 권위자일지 몰라도 그 외 분야에선 이렇다 할 실력을 증명하지 못했다.

윤석열의 부상은 안철수 현상과 성격이 비슷하다. 안철수 현상 때만큼 파괴력이 크진 않지만 매서운 기세임엔 틀림없다. 그는 정치를 시작하면서 공정과 상식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여태 듣지 못했다. 들리는 건 ‘주 120시간 근무’ ‘집이 없어 주택청약통장이 없다’ 같은 상식과 동떨어진 얘기가 대부분이다. ‘미국에 전술핵 배치와 핵 공유를 요구하겠다’는 그의 공약은 미 국무부 당국자로부터 ‘무지하다’는 힐난을 들었다.

그는 수사 외에 실력을 검증받은 분야가 아직 없다. 윤석열의 부상은 민주당 정권 연장을 싫어하는 반대급부 성격이 강한데 이것만으론 확장력에 한계가 있다. 공정과 상식을 실천할 포지티브 전략과 능력을 보여줘야 지지세를 이어갈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벼락치기 공부로는 되지 않는 데 있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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